연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여름 시장을 맞아 국내 주요 배급사에서도 오랜 시간 공 들여온 알짜배기 작품들을 하나둘 내놓고 있는데요. 주요 배급사별 올여름 극장가를 책임질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신나게 웃다 보면 무언가 깨닫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파일럿’의 제작사 쇼트케이크 김명진 대표와 무비락 김재중 대표는 영화의 매력을 묻는 말에 이렇게 입을 모았다. ‘파일럿’ 개봉을 앞두고 서울 중구 KG타워 일간스포츠를 찾은 두 사람은 작품에 얽힌 다양한 비하인드를 들려주며 올여름 극장가에 시원한 웃음을 예고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스웨덴 영화 ‘콕피트’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쇼트케이크 공동대표인 한준희 감독이 스웨덴영화제에서 우연히 이 영화를 접한 게 출발점이 됐다.
“한준희 감독님이 영화제에서 보고 오셔서 남자로서 깨달은 바가 많다고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저 역시 우리와 (사회적인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는 게 흥미로웠고요.” (김명진 대표)
“재밌는 작품이었어요. (사회적 문제로)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영화적인 재미, 코미디 장르의 매력도 충분했죠.” (김재중 대표)
코미디란 장르와 원톱 주연이란 서사구조 특성상 가장 공을 들인 건 주인공 한정우의 캐스팅이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한정우는 조정석이었다. 실제 “조정석이 아니면 이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김명진 대표는 무작정 조정석의 영화 촬영장을 찾아가 시나리오를 건넸다. 그리고 이틀 만에 “재밌다. 하고 싶다”는 답변을 받았다.
“(조정석은) 어떤 허들도 잘 넘어가는 능력이 있어요. ‘파일럿’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디어로 꽉 찰 수밖에 없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큰 도움이 됐죠. 특히 조정석은 모든 배우, 스태프 생각을 들어봐요. 누구 하나 안 챙기거나 덜 챙기는 사람도 없어요. 그러니 모두가 기회를 얻는 거죠. 보면서 나보다 나이는 적지만 ‘진짜 어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김재중 대표)
영화 안팎을 가리지 않은 조정석의 활약 속에 그를 둘러싼 배우들 역시 진가를 발휘할 수 있었다. 한정우의 주변인으로 등장하는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 등은 각자의 자리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내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웠다. 김재중 대표는 “아는 배우들이지만 스크린에서는 처음 보는 모습이라서 되게 놀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기했던 게 1월에 모니터링 시사가 있었는데 모든 배우의 점수가 좋았어요. ‘공조’ 이후 처음이었죠. 정말 조정석부터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는 물론이고, 엄마 역할을 맡은 오민애까지 점수가 높았어요. 진짜 깜짝 놀랐죠. 조정석을 보러 왔다가 다른 배우들에 놀라고 가는 영화가 될 거예요.” (김명진 대표)
모니터링 시사에서 증명해 낸 게 배우들의 연기만은 아니다. 영화를 본 투자배급사 롯데컬처웍스는 이 자리에서 ‘파일럿’의 개봉일을 7월 마지막 주로 바로 확정했다. 투자배급사에서 타사 경쟁작을 고려하지 않고 성수기 시장에 개봉을 확정하는 건 이례적인 일로, ‘파일럿’의 높은 완성도를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때문에 ‘파일럿’은 티저 예고편을 개봉 3개월 전인 지난 4월부터 공개해 일찌감치 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김재중 대표는 “모니터링 시사 저녁에 바로 개봉일이 결정됐다. 저희 영화만 보고 극장 전통 성수기에 개봉을 결정해 주신 거니까 너무 감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들의 열연, 타율 좋은 코미디, 그리고 ‘파일럿’이 성수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웃음 끝에 따라오는 잔잔한 울림이다. 무거운 혹은 직접적인 방식의 사회적 메시지 주입이 아닌, 신나게 웃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는 일종의 깨달음, ‘파일럿’의 가장 큰 힘이자 무기다.
“저희 영화는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각 잡고 반성하자는 내용이 아니에요. 다만 웃다가 보면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죠. 가족이 보고 싶기도 하고 잘 살아야겠다는 어떤 다짐도 들죠. 무심코 지나쳐 왔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어땠나’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김명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