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역전 3점포를 쏘아 올리며 삼성 라이온즈의 승리를 이끌었던 강민호. 하지만 한 투수의 이야기가 나오자 혀를 내둘렀다. 이날 두 타석을 상대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던 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투수 조던 발라조빅을 향한 찬사였다. 그는 "배트에 제대로 갖다대지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발라조빅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4⅔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져 1피안타 4볼넷 6탈삼진 1실점 투구를 펼쳤다.
발라조빅은 후반기 두산에 합류한 '뉴페이스'다. 기존 외국인 투수이자 '20승 투수(2020년) 출신' 라울 알칸타라와 결별한 두산은 지난 8일 발라조빅을 영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1m96㎝ 큰 키에서 내리 꽂는 직구가 위력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고 156㎞/h, 평균 150㎞/h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점에서 두산의 눈도장을 찍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두산 구단이 했던 평가 그대로였다. 이날 스포츠투아이의 투구 추적 시스템(PTS)를 기반으로 한 발라조빅의 최고 구속은 156㎞/h. 이와 더불어 슬라이더(27개)와 커브(14개), 최고 145㎞/h까지 찍힌 스플리터(11개) 등의 강약조절이 가능한 변화구는 삼성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데 충분했다. 발라조빅은 이날 안타를 단 1개만 내주면서 삼진을 6개나 잡아냈다.
삼성의 4번타자 강민호도 그의 투구에 감탄했다. 강민호는 "처음 보는 투수라 낯설다기보단 구위 자체가 좋더라. 피칭 머신에서 직선으로 날아오는 공 같았다"라고 말했다. "배팅볼이 아니라 묵직하게 직선으로 밀고 들어오는 공"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굉장히 좋은 구위를 갖고 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다만 단점도 드러났다. 스태미너였다. 발라조빅은 두산 입단 전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 세인트 폴 세인츠에서 뛰며 24경기에 나섰으나, 선발은 단 한 차례 나섰다. 선발 임무를 향한 우려가 뒤따랐다. 이날 이승엽 감독도 그의 최대 투구수를 80개로 예상했다. 우려는 적중했다. 70개가 넘어가면서 구속과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제구도 흔들리면서 사사구를 남발,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구위만큼은 가능성을 충분히 봤다. 이날 5회 교체 후 야수의 주자 선택 실수와 구원 투수의 밀어내기 볼넷만 없었다면 실점도 기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압도적인 구위와 효율적인 투구수 조절만 뒷받침된다면 연착륙도 가능하다는 평가. 발라조빅의 다음 경기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