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홍명보(55) 감독 선임과 관련해 대한축구협회(KFA)를 직접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자 KFA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부분까지는 간섭을 받으면 안 된다는 논리다. 정치적 독립 등을 강조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정관을 방패로 삼는 모양새인데, 문체부의 조사에 KFA의 반발이 구체화될 경우 한국축구는 더욱 어수선해질 전망이다.
앞서 문체부는 KFA의 운영과 관련해 부적절한 부분이 있는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하자는 없는지 들여다보겠다며 KFA를 향한 직접 조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장미란 문체부 2차관도 앞서 기자단 간담회 당시 KFA 관련 질문에 “문체부가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은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직접 엄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KFA가 올해부터 정부 유관 기관에 포함되면서 문체부는 KFA에 대해 일반 감사를 추진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FA는 유관기관 중에서도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으로 등록된 상태다.
다만 문체부의 이같은 조사 방침에 KFA 내부에서는 반발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축구계에 따르면 KFA 내부에선 정부 기관이 스포츠나 기술적인 부분에까지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사를 거부하기보다 협조는 하겠지만, 적어도 국제축구연맹(FIFA) 정관에 어긋나는 내용으로 조사를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축구연맹(FIFA)은 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고, 제삼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거나 모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며 산하 협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어긴 경우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권 회수나 몰수패, 개최권 박탈 등 실제 징계로 이어진 징계 사례도 있었다.
KFA에 대한 문체부의 조사 계획이 구체화돼 실제 조사로 이어지고, KFA가 FIFA 정관을 방패 삼아 반발에 나선다면 한국축구의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FIFA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도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KFA를 향해 칼을 겨누는 건 문체부만이 아니다. 체육계 비리 조사 기구인 스포츠윤리센터도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과 관련된 신고를 접수받아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윤리센터는 권한 남용, 절차적 하자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KFA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만 우선 세운 상태다.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의 쓴소리뿐만 아니라 한국축구지도자협회,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관련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 KFA와 정몽규 회장은 점점 더 궁지로 몰리는 듯한 모양새다. 문체부의 조사를 포함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대한 정 회장과 KFA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KFA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경질 후 빠르게 감독 선임에 실패하다 5개월 만에 홍명보 당시 울산 HD 감독을 선임해 논란이 됐다. 외국인 사령탑이 아닌 한국 감독으로 급선회한 배경은 물론 전력강화위원회가 와해된 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감독 선임 전권을 위임받은 과정, 또 면접 없이 이임생 이사의 부탁만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된 절차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몽규 회장과 KFA는 별다른 공식 입장 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다. 심지어 홍명보 감독은 KFA 이사회 서면결의를 거쳐 감독으로 정식 선임된 지 이틀 만에 취임 기자회견조차 없이 유럽 출장길에 오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