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32) 동명대 감독 대행은 아쉬운 결승전 패배에도 고개 숙이지 않았다. 도리어 큰 실수를 범한 제자를 감쌌다.
이승준 감독 대행이 이끄는 동명대는 지난 16일 강원 태백시 태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9회 1·2학년대학축구연맹전 태백산기 결승에서 선문대에 2-3으로 졌다.
뼈아픈 역전패였다. 이날 동명대는 전반 추가시간 홍지우의 득점으로 앞서갔지만, 후반 들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끝에 석패했다.
경기 후 이승준 감독 대행은 "선문대가 수비적으로 조직적이고 견고한 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선문대보다 한 경기를 더 하고 왔다. 주전들의 출전 시간이 많았다고 생각해서 전반전에 조심스럽게 운영했다"며 "후반 30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해보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스코어가) 1대1 상황이 됐을 때 조금 주저앉았던 것 같다"고 짚었다.
이날 두 팀의 희비를 가른 건 동명대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2-2로 팽팽하던 후반 45분, 동명대 수문장 하준서가 측면에서 날아온 크로스를 놓쳤고, 이는 자책골이 됐다. 동명대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허망한 실수 탓에 우승 트로피를 놓친 터라 아쉬움이 더욱 클 만했다. 하지만 이승준 감독 대행은 "골키퍼가 두 차례 실수했지만, 우리가 춘계연맹전 때 그 친구 덕에 우승했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춘계연맹전 우승을 이끌었던 경험과 성과가 있기에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감쌌다.
이승준 감독 대행은 제자 하준서의 공을 줄줄 외웠다. 그는 "(하준서가 춘계연맹전) 4강전 때 PK도 2개 막고, 16강전에서도 2-2로 비기고 있는데 89분에 한 골 먹힐 만한 것을 기가 막히게 막아줬던 기억이 난다. 그런 기억이 있기 때문에 (이번 실수는) 괜찮다"고 했다.
덕장 포스를 풍긴 이승준 감독 대행은 이번 대회 최연소 수장이다. 동명대를 이끌던 이창원 감독이 19세 이하(U-19)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코치인 이 감독 대행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승준 감독 대행은 "이 대회에서 한 모든 경험들이 내게는 정말 소중하고 큰 자산이다. 이런 배움을 또 결승전에서 함으로써 동명대도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다. 나 스스로도 지도자를 앞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변수를 더 준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마치 인터뷰를 연습한 듯 '청산유수'였던 이승준 감독 대행은 "(이창원) 감독님의 부재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 달 동안 준비를 잘해서 더 센세이션한 동명대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