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과 10개 구단 단장은 실행위원회를 통해 아시아쿼터 도입에 뜻을 모았다. 최종 결정은 각 구단 사장들이 모이는 이사회에서 내려진다.
상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일본·대만 선수 중 단년 계약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현실적인 영입 대상이 될 거로 보인다. 즉 현지 구단이 보유권이 있고 연봉도 높은 일본프로야구(NPB) 1·2군 선수들보다는 독립 리그 선수들이 관찰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초엔 '독립 리그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통할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를 일부 씻은 게 시라카와다. 올 시즌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단기 대체 선수로 SSG 랜더스와 계약했던 시라카와는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빼어난 성적은 아니었으나, 긍정적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시라카와 수준의 선수들을 수급하는 건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A구단 단장은 "독립 리그에 시라카와 수준의 선수가 많다고 볼 수 없다. 전체적으로 3~4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라카와를 '성공 사례'로 보기도 아직 어렵다. 그는 9이닝당 탈삼진 9.40개로 구위는 빼어나지만, 피안타율이 0.295에 달한다. SSG와 계약 종료 후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으나, 이후 2경기 평균자책점 9.45에 그쳤다.
구위가 좋더라도 아직 '프로 무대'가 낯설 수 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아무래도 구위보다는 제구력, 멘털이 실점 원인이 아닐까 싶다"며 "(독립 리그 출신인) 시라카와는 프로가 되는 과정에 있는 선수다. 많은 관중 앞에서 던지는 데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쿼터의 성격도 향후 결정될 구체안에 좌우될 거로 보인다. 수준이 높은 호주 선수들을 포함할지, 국적은 대만이어도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고려할지도 숙고할 요소다. 선발 투수 기용 여부 등 포지션 제한도 섣부르게 결정하기 어렵다. 시라카와 등 독립 리그 선수들이 주가 된다면 장기 육성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승엽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프로 경험이 있는 선수면 좋을 것"이라며 "독립 리그에도 좋은 선수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KBO리그에 적응하려면 프로 경험이 필요하다. NPB를 경험해 본 선수, 제구력이 좋은 투수라면 더 낫지 않겠나"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