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태권도 간판인 이다빈(27·서울시청)은 오로지 ‘금메달’만 생각한다. 태극 마크를 달고 모든 걸 이룬 이다빈은 이제 파리에서 커리어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려 한다.
태권도 여자 –67㎏급 국가대표인 이다빈은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이제 올림픽 금메달만 따면 된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 있는 파리 대회에 나서는 그의 태도는 매우 비장했다.
이다빈은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다. 파리 대회에 나서는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3년 전에는 어린 축에 속했던 이다빈은 “동생들의 열정이 강해서 내가 따라가는 상황이다. 동생들이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면, 내가 아는 걸 대답해 준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다 보니 4명이 돈독하게 지내고 있다”며 웃었다.
2014년부터 태극 마크를 단 이다빈은 국가대표로서 모든 걸 이뤘다. 아시안게임에서 2014년 인천 대회 62㎏급,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67㎏초과급 금메달을 따내며 ‘2연패’를 달성했다. 2016년 마닐라 아시아선수권대회 73㎏급,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섰다.
만약 이다빈이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태권도 4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그는 “스스로 세운 목표가 있으니 그에 따른 부담도 내가 가져가야 한다. 이런 부담감을 이겨내야만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다빈은 은메달을 획득한 도쿄 올림픽 당시 대회를 앞두고 왼발 수술을 받았다. 대회 직전까지 재활에 매진하다가 따낸 메달이라 값졌다. 3년 전을 떠올린 이다빈은 “도쿄 올림픽 때는 부족한 것보다 그 무대에 설 수 있어 감사했다. 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은메달이라는 좋은 성과를 얻어 조금 만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올림픽을 앞둔 이다빈은 오랜 선수 생활로 부상을 달고 살지만, 여느 때보다 컨디션이 괜찮다. 태권도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 개인 몸 상태에 맞게 ‘맞춤형 훈련’을 진행한 효과다. 훈련 강도와 회복을 적절히 배분해 오로지 대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페인과 프랑스로 전지훈련을 다녀오며 자신감도 얻었다.
이다빈은 “만약에 훈련까지 잘했으면 그때(도쿄 올림픽에서) 뭔가 이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림픽을) 한 번 경험하니 준비만 완벽히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중압감을 이겨내고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게 이다빈의 최대 과제다. 이다빈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훈련 일지에 “조금은 의심이 들어서 지금은 ‘괜찮아, 네가 하는 게 맞고 잘하고 있다’고 많이 쓴다”고 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둔 이다빈은 자기에게 주문을 되뇔 만큼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