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성은 올 시즌 타율 0.246 출루율 0.313 장타율 0.396(22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는 한화와 6년 90억원 대형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첫 해엔 '돈값'을 했다. 23홈런(공동 3위)으로 홈런왕 노시환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반면 올해는 9홈런 49타점 31득점으로 중심 타자라기엔 다소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다.
2022년 0.296, 2023년 0.263이던 타율이 0.246까지 떨어졌으나 문제는 선구안이나 콘택트가 아니다. 올해 채은성의 타석당 삼진 비율은 18.1%로 2016년 이후 가장 높긴 하다. 하지만 지난해(17.1%)와 비교해 큰 차이라 보긴 어렵다.
스탯티즈 기준 헛스윙 비율은 9.9%인데 지난해(11%)보다 오히려 낮다. 스트라이크존 바깥 공에 스윙하는 비율은 35%로 지난해(39%)보다 낮고, 스트라이크존 안 공 콘택트 비율은 60%로 되레 지난해(53%)보다 높다. 즉 지난해보다 잘 골랐고, 방망이에도 맞히고는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게 좋은 타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투아이 기준 올해 채은성의 평균 타구 속도는 133.7㎞/h로 지난해(138.2㎞/h)보다 4.5㎞/h 낮아졌다. 150㎞/h 이상 기준인 강한 타구 비율도 지난해 33%에서 올해 23.5%로 크게 낮아졌다.
타구 질 문제는 후반기 활약 기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채은성은 최근 10경기(10일 키움 히어로즈전~2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타율 0.359를 기록하며 살아났다. 이 기간 안타 중 절반(7개)이 장타(2루타 4개, 홈런 3개)였다. 다만 이 기간 채은성의 평균 타구 속도는 132㎞/h로 시즌 평균보다 조금 낮았고, 강한 타구 비율도 17%로 아주 낮았다. 아직 명확한 돌파구를 찾진 못한 거로 보인다.
누구보다 채은성 본인에게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팀이 큰 기대를 받았던 시즌이고, 채은성은 대형 계약을 맺고 팀 리더 역할로 영입된 선수였다. 올해 류현진의 복귀로 부담은 덜었지만 그 역시 주장으로 책임이 막중했다.
LG 시절 선후배로 가까웠던 이동현 SPOTV 해설위원은 "원래 채은성은 야구장에서 만날 때마다 밝은 표정으로 먼저 인사해주고, 이야기를 꺼내주던 선수였다"며 "그런데 이번 KIA 3연전 때 만나보니 얼굴이 많이 어둡더라. 내가 먼저 말을 걸기 어려울 정도다. 기록적으로도 선수가 원하는 방향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동현 위원은 "베테랑 선수들이 결국 제 몫을 해야 한다"며 채은성 그리고 올해 영입된 안치홍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나마 안치홍은 기복은 있어도 타율 0.293 OPS 0.782로 커리어 평균 수준 성적은 기록 중이다. 성적이 크게 떨어졌던 만큼 부활했을 때 효과가 큰 것도 채은성이라는 의미다.
한화는 21일 KIA전 패배로 최근 7연패, 리그 공동 9위로 추락한 상태다. 최하위에서 탈출하려면 9위(476점)인 득점력이 달라져야 한다. 결국 채은성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