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지에 한 번 입덕하면 출구가 없다. 털털한 성격에 타고난 예능감 그리고 본업할 때는 프로미까지. 괜히 ‘10대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게 아닌 듯하다.
이영지는 지난달 21일 발매한 ‘스몰걸’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국내 음원 차트 점령 및 음악 방송 1위는 물론 ‘빌보드’ 핫 200차트 진입까지 이뤄내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키가 큰 나라도 사랑해 줄 수 있느냐”는 이영지의 진솔한 고백과 엑소 도경수의 달콤한 피처링이 더해진 덕분이다.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지만, 당사자인 이영지는 오히려 담담하다.
그는 지난 19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해 “1위를 한다는 게 음악적 성과로서는 처음인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다”며 “사실 투자한 게 조금 있다. 앨범 처음 나온다고 돈을 무지하게 갖다 쓰며 원금 회수만 바라고 냈던 앨범이라 1위에 이름이 오른 것만으로 크게 인생이 바뀌는 느낌은 아니다”고 고백했다.
이영지의 솔직한 입담은 항상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음원차트 1위가 가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얼마만큼의 수익이 나는지 등 대중은 늘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예능에서는 또 어떤가, 코미디언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타고난 악마의 재능을 자랑한다. tvN ‘뿅뿅 지구오락실’에서는 나영석 PD도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텐션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고, 웹 예능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서는 유쾌한 입담으로 1인 MC까지 맡았다.
방송뿐만 아니라, 개인 SNS를 통해서도 팬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그가 라이브 방송을 켜기만 하면 수천 명의 팬들이 몰린다. 이영지가 팬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모습은 팬과 아티스트가 아닌 친한 친구의 대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때로는 팬들의 고민 상담에 나이를 의심케 하는 현명한 조언을 건넨다.
“어떻게 하면 불안, 걱정을 덜 수 있을까”라는 팬의 고민에 “겨드랑이 털 같은 거다. 잘라도 다시 나고, 뽑아도 다시 나고 꾸준히 나에게 맞는 관리법을 찾아야 한다.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센스있게 답변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자아냈다.
이외에도 “나이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족쇄가 몸무게 나이다”고 답하고 “영지도 스스로 미울 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하다. 그렇지만 되도록이면 자학이 아닌 성찰을 하려고 노력한다” 등 시원시원한 답변으로 10대들 사이에서 ‘고민 상담 맛집’으로 소문났다.
이처럼 늘 밝고 당차기만 한 이영지가 첫 EP를 통해 16살 때 본인이 받았던 상처와 아픔을 녹인 점도 앨범이 주목받은 이유다.
타이틀 곡 ‘스몰걸’은 작고 귀여운 체구를 동경하며 연애를 고민했던 소녀의 마음을, ‘모르는 아저씨’에선 유년 시절 엄마와 자신을 두고 떠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또 다른 수록곡 ‘ADHD’에서는 ADHD가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영지는 힙합 오디션 Mnet ‘고등래퍼2’, ‘쇼미더머니11’에서 국내 여성 래퍼 최초로 우승을 거머쥐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첫 EP를 발매하기까지 약 4년이란 공백기가 있었고, 예능에서 줄곧 활약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실제로 이영지는 긴장을 많이 한 탓에 병원이란 병원을 모두 다녔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16 판타지’는 이영지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해준 고마운 앨범이 됐다. 본업과 부업 모두 완벽하게 해내는 이영지가 10대들에게 존경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