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김선빈(35·KIA 타이거즈)이 위기의 순간, 해결사를 자처했다. 그를 믿고 기용한 이범호 KIA 감독도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
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KIA 선발 라인업의 관심사 중 하나는 김선빈의 기용 여부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선빈의 최근 10경기 타율은 0.158(38타수 6안타)에 불과했다. 이 기간 출루율(0.220)과 장타율(0.263) 모두 바닥. 더욱이 지난 25일 NC 다이노스전부터 3경기 10타수 무안타. 키움과의 시리즈 1·2차전에 모두 패하면서 김선빈의 타격 부진이 유독 두드러졌다.
이범호 KIA 감독은 28일 경기에 앞서 "(김선빈의) 컨디션이 떨어져 보인다. 오늘 휴식을 줄까 생각도 했는데 상대가 왼손 투수(헤이수스)기 때문에 오늘 선빈이를 내고 타격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고 하면 다음주 휴식을 주겠다"고 고심의 흔적을 내비쳤다. 김선빈의 백업으로 활용할 선수가 왼손 홍종표와 서건창인 만큼 오른손 김선빈이 왼손 투수 공략에 더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6번·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결단이라면 나름의 '결단'이었다.
이날 김선빈 기용은 7회까지 실패였다. 김선빈은 2회와 5회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0-3으로 뒤진 7회 무사 1루에선 3루수 병살타로 패배의 원흉이 될 뻔했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김선빈을 교체하지 않았고 김선빈은 9회 드라마틱한 동점 솔로 홈런으로 팀을 패배 수렁에서 건져냈다. 2-3으로 뒤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키움 왼손 불펜 김성민의 초구 투심 패스트볼을 좌월 시즌 8호 홈런으로 연결한 것.
KIA는 후속 변우혁이 역전 솔로 홈런까지 터트려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김선빈의 공식 기록은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모처럼 침묵을 깬 안타 하나가 홈런. 그는 경기 뒤 "최근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는데 잘 맞는 타구가 계속 야수 정면으로 가면서 결과가 안 나오니깐 고참으로 팀 전체에게 미안함이 컸다"며 "마지막 타석에서 장타를 노리고 타격은 하지 않았고, 출루만 하자고 생각했다. 운 좋게 홈런으로 연결되고 팀 승리 보탬이 돼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김선빈은 "경기 전 선수단 미팅을 통해 지금 모두가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면서 팀 분위기를 올렸다. 그런 마음이 모여 오늘 경기에 승리했다고 생각한다"며 "원정 경기임에도 많은 팬분들께서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남은 44경기 최선을 다해 올 시즌 정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