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노 고키(27)는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결승에서 야닉 보렐(프랑스)을 15-9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이 올림픽 펜싱에서 금메달을 딴 건 2021년 도쿄 대회 남자 에페 단체전에 이어 이번이 역대 두 번째이자 개인전 첫 금메달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보렐은 16강과 8강에서 연이어 일본 선수를 제압했다. 준결승에서 모하메드 엘사예드를 격파, 여유롭게 결승에 오를 때만 하더라도 금메달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가노는 홈팬들의 응원을 받은 보렐을 경기력으로 압도했다. 그는 "2명이 이미 졌는데 세 번째는 절대 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 매체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체조 선수 출신 고키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일본 대회에서 평행봉 3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거듭된 부상으로 꿈을 접었다.
펜싱을 접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일본 펜싱 레전드' 오타 유키의 경기를 보고 '이렇게 멋진 스포츠가 세상에 존재했구나'라며 감탄, 빠져들었다. 중학교 때만 하더라도 무명에 가까웠지만 고등학교 진학 이후 기량이 급성장했다. 학교 근처에 오락시설에 거의 없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가노는 "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신적인 면은 지금까지 펜싱 인생 중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호치는 '어렸을 때 가노의 장래 희망은 울트라맨이 되는 거였다. 그런 '영웅'을 동경하던 소년은 1m73㎝의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공격으로 새로운 문을 열었다'고 조명했다. 결승전 상대 보렐의 키는 1m97㎝. 일본 펜싱 역사에 획을 그은 가노는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