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안예은이 호러송을 들고 왔다. 제목은 ‘가위’. 괴담 하면 빠지지 않는 소재인 꿈과 가위를 소재로 한 왈츠곡으로, 무더운 더위도 잊어버리게 할 정도의 오싹함을 선사한다.
지난 28일 발매한 ‘가위’는 원초적인 공포에 초점을 맞춰 안예은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다. 하이라이트는 뮤직비디오다. 안예은의 섬뜩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침대 위에 누워있는 한 남성이 가위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비친다. 안예은은 남성 옆에서 검정색 의상을 입고 홀로 노래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으로 ‘귀신’임을 짐작하게 한다.
천천히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등골이 절로 오싹해진다. ‘너의 배 위에 살짝 걸터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 너의 팔은 안전띠 다리는 등받이/ 콧잔등 살짝 눌러 경적 울리고 출발’ 등 실제로 가위에 눌리는 듯한 현실감 있는 가사가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어제는 연분홍 / 내일은 진초록 / 오방간색 썩은 색색의 저고리’와 같이 색채를 띤 노랫말 역시 귀를 사로잡는다.
안예은은 귀로 듣는 납량특집을 목표로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여름 호러송을 선보이고 있다. ‘능소화’, ‘창귀’, ‘쥐’, ‘홍련’이 그를 대표하는 호러송이다. 특히 ‘능소화’는 안예은의 독특한 세계관을 알린 시작과 같은 음악으로, 임금의 성은을 입은 여인이 하염없이 임금을 기다리다 죽어 꽃이 됐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능소화’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윤균상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는데, 공포 표현 수위가 높아 19금 판정을 받았다. 이에 안예은은 15금 버전의 순한 맛 ‘능소화’ 뮤직비디오를 다시 제작하기도 했다.
기존 호러송 뮤직비디오들에서 안예은 표 귀신들은 하나같이 강하다는 특징도 재미 요소다.
‘창귀’ 뮤직비디오에서는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혼이 담긴 귀신 ‘창귀’가 본인을 물리치려는 나무아미타불 주문을 따라 하고, 이번에 발표한 ‘가위’ 뮤직비디오에서도 잠자는 사람의 영혼을 빼앗는 귀신이 부적을 없애버린다. 이 공포는 단지 콘셉트, 가사 때문만은 아니다. 판소리 하는 듯한 안예은 특유의 창법에 듣는 사람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묘한 기운이 서려 있다.
안예은은 최근 MBC ‘심야괴담회’ 로고송을 가창하며 독보적인 음악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보다 더 더워진 올여름, 정수리에 소름 끼칠 정도로 시원함이 필요하다면 안예은의 호러송 뮤직비디오들의 정주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