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국제유도연맹(IJF)이 메사우드 르두안 드리스(알제리)가 토하르 부트불(이스라엘)과의 경기 전 계체에 실패한 원인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며 이는 스포츠맨십 문제의 일부일 수 있다'고 31일(한국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IJF 대변인은 조사는 올림픽이 끝난 뒤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연맹은 필요한 경우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SPN은 '드리스의 실격으로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 부트불이 상대하지 못한 선수는 이번이 세 번째'라고 부연했다. 올림픽을 비롯한 여러 국제대회에서 이슬람권 선수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이스라엘 선수와 맞대결하지 않는 건 종종 있었다. 2020 도쿄 올림픽 때는 알제리 유도 선수 페티 누린이 남자 73㎏급 경기를 앞두고 "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선수와 경기하지 않겠다"며 기권하기도 했다.
부트불은 기자들에게 "알제리 선수들과 모든 무슬림 선수는 이스라엘 선수들과 싸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난 그들이 이번 사태의 희생자(victims)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운동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 난 정말 싸우고 싶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 올림픽에서 다시 만나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트불은 지난 30일 열린 남자 유도 73㎏급 16강전에서 탈락했다. 이번 주말에는 혼성 단체전에 출전할 예정인데 정상적으로 경기가 열릴지 예상하기 어렵다.
ESPN에 따르면 드리스는 지난 주말에 열린 체중 측정에서 마감 10분 전 계체장에 도착, 400g 초과 문제로 경기 출전이 좌절됐다. 국제대회 계체 실격은 드문 일은 아니다. 도쿄 대회만 하더라도 4명의 유도 선수가 계체를 통고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맞물려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이번 대화 남자 유도 66㎏급에선 누랄리 에모말리(타지키스탄)가 바루크 슈마일로프(이스라엘)와 악수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ESPN은 '가자지구 전쟁(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파리 올림픽에서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스라엘 선수 88명 중 12명이 유도에 출전한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대회 전 이스라엘 선수들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선수단 경비를 강화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