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발탁을 통해 팀 K리그에 합류하게 된 황문기(강원FC)가 빼어난 활약으로 사령탑의 칭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자신의 몸을 낮추면서도, 후배인 양민혁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황문기는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에서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 남은 시간 동안 팀 K리그의 오른쪽 수비를 책임졌다. 후반 시작 당시 0-3으로 뒤졌던 팀 K리그는 3골을 몰아치며 최종 3-4로 석패했다.
비록 패배한 경기였지만, 팀 K리그를 이끈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선수단에 박수를 보냈다. 그중에서도 박 감독이 콕 집어 칭찬한 게 황문기다. 박 감독은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 중 “외국인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수비 상황에서 압박 타이밍이 좋았다. 오늘 국내 선수들 중에서도 수비 반응 부분에선 굉장히 좋았다”고 호평했다.
실제로 팀 K리그가 후반전 보여준 날카로운 측면 역습은 측면 수비수 완델손(포항)과 황문기 수비 성공, 이어 공격수 안데르손(수원FC) 정재희(포항)의 질주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황문기는 먼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왜 최고 리그인지 알 것 같았다”라고 혀를 내두르며 “템포가 너무 빨랐다. 호흡하기 힘들었다. 주위 선수들이 잘해줘서 적응하려고 했다. 후반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한편 취재진이 박태하 감독의 칭찬 메시지를 전하자, 황문기는 “너무 감사한 말씀이다. 사실 대체 발탁 자체가 박 감독님의 추천으로 이뤄졌다고 들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후반에 나가기 전에 공격적인 수비를 요청하셔서 그 지시를 들은 것인데, 칭찬으로 돌아와 뿌듯하다”라고 답했다.
황문기의 말대로 그의 발탁은 예정된 사안은 아니었다. 애초 황재원(대구FC)이 활약할 예정이었으나, 리그 경기 중 부상으로 낙마하게 되면서 황문기가 배턴을 넘겨받았다. 황문기는 “사실 대체 발탁 얘기를 들었을 때 무거운 마음도 있었다. 황재원 선수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한편 황문기는 후반 초반 오버래핑을 시도하다 넘어지기도 했다. “너무 민망했다. 다음 터치부터 힘을 빼고 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몸을 낮췄다.
황문기는 이날 후반 초반에는 손흥민, 이후에는 티모 베르너와 마주했다. 경기를 돌아본 그는 “손흥민 선수는 왜 EPL 득점왕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막기 너무 힘들었다. 베르너 선수도 너무 빠르더라. 팀의 네 번째 실점이 내가 베르너 선수에게 뚫려서 나온 실점이다. 이후엔 뒤에서 커버를 잘해줘서 잘 막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비록 이날 합을 맞추진 못했지만, 소속팀에선 ‘초신성’ 양민혁과 함께 강원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황문기다. 그는 “사실 (양)민혁이는 정말 그냥 동생인데, 경기를 뛰면 고등학생으로 안 보인다. 매 경기 발전하는 게 보인다. 칭찬은 안 하지만, 속으로는 소름이 끼칠 때가 있다”라면서 “(양)민혁이 주위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걸 보면, 정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오른쪽 라인이니 뿌듯하다”라고 웃었다.
이에 취재진이 ‘왜 칭찬은 해주지 않는지’라 되묻자, 황문기는 “주위에서 워낙 많이 해주시고 계신다. 나는 주로 겸손에 대한 얘기를 한다. 사실 그보다 (양)민혁이는 정말 귀여운 후배”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소중한 경험을 쌓은 황문기는 다시 소속팀 강원으로 돌아가 ‘우승 경쟁’을 벌인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PO) 끝에 잔류한 강원은 올 시즌 리그 2위(승점 44)에 올라 당당히 우승 경쟁 중이다. 이에 황문기는 “윤정환 감독님, 코치진이 동계훈련 때부터 좋은 축구를 가르쳐 주셨다”라고 공을 돌리면서 “이들의 지도, 그리고 팀이 잘하고 있어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감독님, 코치진, 강원 구단에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승에 대한 설렘보다, 매 경기를 ‘마지막 경기’라 생각할 것이라 강조했다. 황문기는 “우승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한 경기 한 경기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강원 선수가 그렇다. 다가오는 김천 상무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취재진이 ‘이날 경기 뒤 동료들이나 지인에게 온 메시지는 없나’라 묻자, 황문기는 “(동료들은) 얘기가 없다”면서도 “‘(지인으로부터) 문기야 웬일이야, 손흥민이랑 뛰고 있네’라는 메시지가 왔다. 사실 나도 믿기지는 않는다. 윤정환 감독님께서 이런 경험을 즐기라고 조언해 주셨는데, 그 말에 더 힘이 된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