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쑨잉샤에 패한 니시아리안. 사진=게티이미지 "쑨잉샤(24·중국·1위)와 대결할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행복해요."
3년 전 신유빈(20·대한항공)과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니시아리안(61·룩셈부르크)은 환갑의 나이에도 여전히 청춘이었고, 탁구를 사랑했다.
니시아리안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쑨잉샤를 만나 게임 스코어 0-4(5-11 1-11 11-13 4-11)로 완패했다.
스코어만 봐도 알 수 있듯 상대가 되질 않았다. 앞서 64강에서는 알틴카야시벨(튀르키예)을 꺾으면서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하필 상대가 쑨잉샤였다. 세계랭킹 1위인 쑨잉샤는 30일 열린 혼합복식에서도 북한 리정식-김금용 조를 꺾고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단식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아무리 니시아리안이 기대 이상 활약을 보인다한들 쑨잉샤를 상대하기엔 무리였다.
패했지만, 니시아리안은 메달 수상자 못지 않게 기뻐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쑨잉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관중들에게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쑨잉샤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많은 팬들이 니시아리안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니시아리안에게 쑨잉샤는 세계 최강의 상대기도 하지만, 중국 탁구 국가대표 후배기도 했다. 현재 룩셈베르크 소속인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나 자랐고, 1982년 선수로 데뷔 후 1980년대 중국 국가대표로도 활동했던 인물이다. 이후 1989년 독일로 이민했다. 이후 남편인 룩셈부르크인 토니 다니엘손을 만나 결혼하면서 룩셈부르크로 귀화, 코치로 뛰다 선수로도 복귀했다.
40여년 전 니시아리안도 중국 탁구 국가대표였다. 당시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었으나 1983년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에서 우승했고, 아시안컵 등 국제 대회도 여러 차례 나가 수상을 경험했다. 쑨잉샤는 그에게 40여년 후배인 셈이다.
룩셈부르크 탁구 국가대표 니시아리안. 사진=게티이미지 손녀뻘인 까마득한 중국 국가대표 후배와 맞대결해 졌지만 그는 감사하고, 새롭게 배웠다고 했다. 31일 경기 패배 후 니시아리안은 "어렸을 때부터 중국에서 탁구를 배웠고 실력을 늘렸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올림픽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며 "비록 졌지만 나는 더 많은 것을 즐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니시아리안은 "쑨잉샤와 대결할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행복하다. 나에게 다시 한번 탁구의 눈을 뜨게 해 줬다"며 "다른 선수를 상대로는 이길 수 있었지만, 쑨잉샤에게는 모든 것이 뒤쳐졌다"고 세계 정상급인 후배를 치켜세웠다.
환갑의 나이에도 올림픽에 나왔는데, LA 올림픽 역시 가능하진 않을까. 니시아리안은 이에 대해선 "3년 전 도쿄 대회를 마친 뒤 파리 대회가 정말 멀게 느껴졌는데 또 다음 대회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