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을 휩쓸고 있는 태극 검사들의 맹활약 뒤에는 오랜 기간 묵묵히 후원한 SK텔레콤이 있었다.
한국 펜싱은 1일 남자 사브르 단체전(구본길·오상욱·박상원·도경동)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3연패(2012 런던·2020 도쿄·2024 파리)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아 국가 최초 펜싱 종목 단체전 3연패다.
지난달 28일 열린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는 오상욱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상욱은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쓸어 모아 한국 펜싱 선수 첫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여기에 여자 사브르 개인전 4위(최세빈), 여자 에페 단체전 5위에 오르는 등 한국 펜싱은 종주국 프랑스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선전하고 있다.
한국 펜싱이 세계 최강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SK텔레콤이 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 20년 넘게 펜싱 종목의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이 대한펜싱협회 등을 거쳐 지원한 누적 금액만 약 300억원에 이른다.
SK텔레콤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 및 국제 대회 지원 등에 집중해 왔다.
펜싱은 종목 특성상 상대 선수와의 대전 경험이 중요하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국내에서 19회째 열린 'SK텔레콤 국제 그랑프리 펜싱' 대회는 한국 펜싱의 '산실'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또 펜싱은 고가의 장비가 필수다.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 윤지수는 "선수들이 쓰는 장비나 시설 비용을 SK에서 지원해 주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어린 친구들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 감사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SK텔레콤과 펜싱협회는 이번 파리 올림픽을 위해 3단계에 걸친 체계적 지원책을 마련해 실행했다.
먼저 파리 올림픽 사전 모의훈련으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진천선수촌에 올림픽 경기장과 같은 규격의 피스트(경기대)를 만드는 것은 물론, 관중 함성과 경기장 조명까지 동일한 조건을 맞춰 훈련하도록 했다.
파리 현지에는 훈련 파트너 선수단 7명 등 별도 전담 팀을 파견하고, 전력분석관을 증원하는 등 경기력 향상을 뒷받침했다.
이 외에도 의무 트레이너 2명을 파견해 24시간 내내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파리 샹젤리제 인근 한식당에서 매일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 선수들이 친숙한 한식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과 펜싱협회는 올해 초 올림픽 펜싱 경기장 인근 호텔을 선점하기도 했다. 이 공간은 선수들의 휴식 등에도 쓰이며 사실상 한국 펜싱 대표팀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펜싱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은 이번 파리 올림픽 펜싱 경기 내내 현장을 방문해 한국 선수단을 응원했다. 최 회장은 2018년 펜싱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펜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폭적 지원에 앞장서 왔다.
대회 직전 열린 '팀 SK' 출정식에서 오상욱은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주요 대회에 걱정 없이 참가할 수 있게 해준 SK텔레콤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펜싱은 한국 스포츠의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 6개(금 2·은 1·동 3)를 따냈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는 등 한국 출전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메달(5개)를 기록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원우영 펜싱 남자 사브르 국가대표 코치는 "SK텔레콤의 지원으로 선수 시절 그랑프리, 월드컵 등 수십개 국제 대회를 참가하며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한 기업의 관심, 그리고 꾸준한 지원이 이룩한 성과가 계속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