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양지인도 긴장한 올림픽 무대...아버지·스승은 "정말 대견해" [2024 파리]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사격 대표팀이 내걸었던 금메달 목표는 원래 1개였다. 5월 열린 바쿠 월드컵에서 세계 신기록(42점)을 세운 김예지와 종목 랭킹 1위였던 양지인(21·한체대)이 나서는 여자 25m 권총이 가장 큰 기대를 받았다.
앞서 여자 10m 공기소총과 공기권총에서 금메달 1개씩을 획득한 한국 사격은 3일(한국시간) 열린 여자 25m 권총에서도 '금빛 총성'을 울렸다. 결선에 오른 양지인이 10시리즈까지 카밀 예드제예스키(프랑스)와 나란히 37점을 기록하며 공동 1위에 올랐고, 슛오프에 돌입한 뒤 침착하게 4발을 맞혀 1발에 그친 상대를 이겼다.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에 8번째 금메달을 안긴 양지인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 이곳(프랑스)이 내 도전의 시작"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사격에서는 1㎜ 차이로 메달 색깔이 바뀐다. 집중력이 가장 중요한 이 종목엔 차분하고 진중한 선수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양지인의 성격은 무던하고 활발한 편이다. 여기에 '4차원 기질'도 있다. 대한사격연맹이 제공한 그의 프로필 좌우명에는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라고 적혀있다. 장점도 단점도 "대충 사는 것"이라고 했다.
양지인은 지난 2일 올림픽 출정식에서도 "떨려도 어차피 격발은 해야 한다. 그냥 집중할 수 있는 걸 찾는 편"이라고 쿨한 모습을 보여줬다. 생각을 복잡하게 하지 않고, 그저 눈앞 표적만 바라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큰 대회일수록 이런 면이 그의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런 양지인도 결선을 마친 뒤 "너무 떨려서 '이게 올림픽이구나' 이런 느낌을 받았다"라고 돌아봤다. 팀 선배 김예지가 본선 탈락한 상황에서 '기대 종목'에 걸맞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야 했다. 오예진(공기권총)과 반효진(공기소총), 사격 대표팀 다른 종목 후배들이 금메달을 딴 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지인은 이런 상황에 마지막까지 사대에 남았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며 결국 금메달을 땄다. 결선 내내 무표정을 유지했던 그는 마지막 5발을 쏜 뒤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한체대에서 양지인을 지도하는 이동준 감독도 제자를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격발 타이밍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공기소총·권총과 달리 시간 내 쏴야 하는 권총 종목은 호흡과 멘털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라면서 "양지인은 어떤 대회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성적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 않는 선수였지만, (파리 올림픽) 다른 (사격) 종목에서 메달이 많이 나와서 책임감이 커진 것 같더라. 평정심을 유지하고 잘 싸운 모습이 대단하다"라고 했다.
양지인의 아버지 양재성씨도 한국 사격을 빛낸 딸의 모습에 감격했다. 그는 "(양)지인이가 성격이 활발하고 무던해 보이지만, '한 번 해보겠다'라고 마음먹으면 끝장을 보는 편이다. 금메달을 딴 뒤 통화하니 엄청 긴장했다고 하던데, 그걸 이겨내서 너무 대견하다. 성적이 안 좋았을 때도 '끝까지 해보겠다'라며 포기하지 않고 결국 메달까지 딴 딸이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울먹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