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관심을 받았던 김예지(32·임실군청)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갈 줄 안다. 때론 유쾌하게 관심을 즐기지만, 절대 본분은 잊지 않았다.
김예지는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메달리스트(펜싱, 사격, 유도) 기자회견에 다른 사격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참가했다.
김예지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통틀어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이다. 김예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총점 241.3으로 분전하며 오예진(19·IBK기업은행)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날 김예지는 한때 3위로 밀리며 위기에 빠졌으나, 세 명이 남은 상황에서 0.1점 차로 뒤집으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호성적보다 더 김예지를 주목하게 만든 건 프로필이다. 최근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서는 김예지의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F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 영상이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국내 유저가 올린 최초 영상에는 당시 세계 신기록을 세운 순간임에도 표정 변화 없이 침착하게 경기를 마친 김예지의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이 해외 유저를 통해 리트윗(공유)됐고, 특정 게시글의 최고 조회수는 31일 정오 기준 2600만 회를 돌파했다. 해외 유저들은 "여전사 같다" "그의 자세, 에너지는 주인공의 모습" "제임스 본드의 다음 악당이다" 등 찬사를 보냈다.
심지어 X 소유주인 머스크 역시 박수부대에 합류했다. 머스크는 "액션 영화에 사격 챔피언이 나오면 멋질 것 같다" "그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김예지도 관심을 유쾌하게 수용했다. 그는 주 종목인 권총 25m에서 금메달을 노렸으나 늦게 격발된 한 발이 0점 처리되면서 수상에 실패했다. 이후 그는 현장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는 '왜 그분이 저를…' 이라는 생각으로 당황스러웠다"며 "(머스크가) 워낙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서 여기저기 댓글 많이 달고 하시더라"라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김예지는 선수로서 본분은 잊지 않았다. 4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에게 "실제 액션 영화에 캐스팅되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좋아하는 시리즈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김예지는 "난 운동선수"라며 영화 출연 같은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수확하는 등 최고의 성적을 남긴 사격 대표팀의 활약에 대해서도 이미 대회 전부터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김예지는 "우리 사격 대표팀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 다들 준비한 만큼만 하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다들 열심히 준비하고 한국에서 출발했다. 대회 중 분위기도 좋았고, 지금도 분위기가 좋다. 샤토루에서 아직 대회를 치르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내일도 결승 경기가 있다. 파이팅해주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사격 대표팀은 조영재가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 진출했다. 5일 결선에서 사격 대표팀의 역대 최고 성적 경신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