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상남도 양산은 섭씨 39.3도까지 치솟아 올여름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입추(立秋)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분간 온도계는 변동이 없을 것 같다. 기상청이 발표한 7~14일 낮 예상 기온도 30~36도로 평년을 웃돌았다.
프로야구는 경기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전, 울산 문수구장에서 개최를 앞둔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전이 폭염으로 순연됐다. 울산 경기는 2일에도 같은 이유로 열리지 못했다.
인조 잔디가 깔려 있는 문수구장은 통기성이 부족하다. 35도 이상 고온 상태에선 선수가 슬라이딩을 하다가 마찰 탓에 화상을 입을 만큼 지열이 높아진다. 비슷한 기온에도 경기가 진행된 3일 롯데 선수 전준우·윤동희·정보근, LG 선수 박동원·문보경·신민재가 탈진 증세를 보였다.
선수만 힘든 게 아니다. 3일 잠실 경기에선 관중 5명이 온열질환 증세를 보였다. 홈팀 두산 관계자는 "관중 4명은 직접 119에 신고한 뒤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1명은 구단 측에 도움을 요청해 의무실에서 조처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3일 울산 경기에서는 1명, 2일 대구 경기(삼성 라이온즈-SSG 랜더스)에서도 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소식을 들은 홍원기 키움 감독은 "과거 대구 시민구장 1루 쪽에 있는 원정 관중들은 직사광을 오후 7시 30분까지 받아야 했다. 잠실구장도 원정 관중석(3루 쪽)에 경기 시작(평일 기준) 이후까지 햇볕이 내리쬔다"라고 전하며 "KBO리그 규정을 따라야겠지만, 야구팬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시돼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혹서기 기준으로 평일 경기는 오후 6시 30분, 토요일은 6시, 일요일은 5시에 경기가 시작된다.
홍원기 감독은 역시 더웠던 3일 두산전을 앞두고 "기온 변화를 고려해 경기 시간을 조정하는 등 유동성을 갖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선수도 선수지만, 팬들이 걱정된다"라는 소신을 전했다.
염경엽 LG 감독도 "꼭 경기를 6시 30분에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혹서기에는 평일·주말 관계없이 7시에 해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여름엔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문수구장(롯데 2구장)이나 포항야구장(삼성 2구장) 경기 일정을 잡지 않는 '학습 효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5년 제정한 규정 27조에는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정확한 취소 규정이 명시되지 않아, 경기감독관이 이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2~4일 문수구장을 맡은 허삼영 경기감독관은 2일 역대 최초로 폭염 순연을 결정했지만, 비슷한 온도였던 이튿날은 경기를 진행해 양 팀 감독들의 볼멘소리를 들었다. 잠실구장에 나선 임채섭 감독관도 3일 온열질환에 실려간 관중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 4일엔 경기 순연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