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 병장 사수' 조영재(25·국군체육부대)가 병역 혜택을 받고도 만기 전역을 약속했다. '군인 아버지' 조병기(49)씨는 아들의 선택이 흐뭇하다.
조영재는 지난 5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25점을 기록, 전체 2위에 올라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속사권총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땄다. 조영재가 은메달을 추가한 한국 사격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획득하며 중국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조영재의 세계랭킹은 37위다. 대회 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세계 기록(593점)에 2점 모자란 591점을 쏘는 등 중요한 무대에서 빼어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올림픽 무대에서도 그랬다.
현재 군 복무를 수행 중인 조영재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조기 전역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 출전 전부터 만기 제대(9월 19일) 할 계획을 전했다. 은메달을 딴 뒤에도 "이제 (만기 전역까지)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다. 부대에서 동기들과 같이 시간 보내면서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했다.
군인 아버지를 둔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조영재는 "아버지가 30년 군 생활을 채우고 지난해 준위로 전역하셨다"라며 "나는 부대 사람들이 다 좋고,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5일 일간스포츠와 통화한 조영재의 아버지 조병기씨는 아들의 만기 제대 의지를 전해 듣더니 "당연히 군 생활을 마무리 해야 한다. 내가 군인이었다고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군 생활을 오래한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본받으려는 아들의 모습에 내심 기뻐하는 기색을 보였다.
군인은 총을 다루는 게 익숙하다. 조병기씨에게 아들이 사격 선수의 길을 걷는 게 자신의 직업과 관련 있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 아니다. 스스로 사격에 재미를 느끼고 직업으로 만들었다. 그동안 슬럼프도 있었는데, 잘 극복해 올림픽 무대까지 섰다. 나는 한 게 없다"라고 강조했다.
조병기씨는 자신에 대해 "그저 엄하게 대하는 게 맞는 줄 알았던 어리석은 아버지"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자식을 키울 줄 몰랐다. (조)영재 스스로 잘 성장해 이렇게 나라를 빛내는 데 기여했다. 너무 자랑스럽다"라고 감격했다.
군인으로 30년 동안 복무했던 조병기씨는 인생 선배로서 아들이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갖고 생활하길 바란다. 올림픽 무대에서 얻은 좋은 기운이 독이 되질 않길 바란다. 조병기씨는 "모든 부모가 그럴 것이다. 아들이 항상 어딜가든 겸손하길 바란다. 성격이 조금 세심한 편인데,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생활하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