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양궁 대표팀이 '맏형' 김우진(32·청주시청)의 개인전 금메달 획득 당시를 돌아봤다.
김우진은 남자 개인전 금메달로 양궁 대표팀의 '5관왕'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결승에서 만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슛오프 끝에 이겼다. 먼저 세트 점수를 주고도 곧바로 따라붙으며 무너지지 않았고, 4:4 동점 상황에선 두 선수가 '10·10·10' 행진을 펼치며 슛오프까지 이어갔다. 슛오프에선 두 선수 모두 10점을 쐈지만, 4.9㎜ 차이로 김우진의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더 가깝게 꽂혀 김우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개인전 동메달을 확정지은 이우석(27·코오롱)은 이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이우석은 "선수 대기실에서 경기를 보면서 계속 응원했지만, 마지막 슛오프까지 갔을 땐 보지 못했다. 눈 감고 '제발 (김)우진이 형이 (정중앙과) 가까운데 쏘기를' 기도했다. 사람들 소리 지르는 걸 듣고 눈을 떴는데 (우진이 형이) 이겨서 그제서야 안도했다"라고 말했다.
'막내' 김제덕(20·예천군청)도 손에 땀을 쥐면서 이를 지켜봤다. 8강 경기 후 관중석에 올라가 응원을 한 그는 "우진이 형이 꼭 금메달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켜봤다. 슛오프에서 우진이 형이 먼저 10점 쏘면서 마음은 편안했는데, 상대 선수가 조금 더 가까이 쏘면 어떡하지 생각도 많이 했다"라면서 "우진이 형이 금메달 따서 너무 뿌듯하고 짜릿했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두 선수와는 달리 정작 김우진의 표정과 심박수는 평온했다.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도 안정감 있게 금빛 화살을 쏜 그를 보며 후배들도 혀를 내둘렀다. 함께 혼성 단체전을 치른 임시현(21·한국체대)도 "가장 가까이서 오빠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가는지 알게 됐는데,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좋은 경기력을 끌어낸 게 존경스러웠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김우진도 사람이었다. 뒤늦게 "혼성 단체전 마지막 화살 순간엔 긴장이 됐다"라고 고백했다. 그의 심박수에서도 나타났다. 항상 평온한 심박수에서 화살을 썼던 이전과는 달리 혼성 단체전 마지막엔 크게 치솟았다. 이에 김우진은 "이 순간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더 경기를 이어가면 변수가 생길 것 같았고, 내가 마무리 지으려고 하다보니까 긴장이 돼서 심박수가 많이 올라갔다"라고 고백했다.
양궁 사로 위에선 평온했지만, 사로 뒤에선 그도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였다. 특히 개인전에선 동료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우승을 간절히 기도했듯이, 그도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승리를 간절히 바랐다. 그는 "(동메달 결정전을) 선수 대기실 TV로 보면서 '제발 (이)우석이가 이겨야 되는데, 제발 우석이가 그래도 3등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고 돌아보기도 했다.
평온하게, 하지만 남모르게 긴장하며 얻은 값진 3관왕. 아울러 김우진은 2016 리우 대회, 2020 도쿄 대회 금메달까지 묶어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김우진은 안주할 생각이 없다. 3관왕 달성 후 그는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다. 메달은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는 과거에 묻어둔 채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라고 말하면서 담담하게 앞으로 전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