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나이에 첫 올림픽에 출전해 조별예선 탈락한 '홍텐' 김홍열(40·도봉구청)은 밝은 얼굴로 인터뷰에 나섰다.
김홍열은 지난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비보이(남자부) 조별리그 C조 조별 예선에서 3경기(경기당 2라운드)에 나가 2개 라운드만 따내며 조 3위에 그쳤다. 조 2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첫 올림픽 출전을 조기 마감했다.
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수상해 파리 올림픽에서도 선전이 기대됐다. 하지만 첫 올림픽이라는 압박감, 전 세계에서 모인 젊은 후배들의 기세를 이기지 못했다.
김홍열은 댄서 경력 23년 베테랑이다. 2001년 열일곱 나이에 데뷔해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브레이킹에서 최고 권위의 국제 대회로 꼽히는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에서도 2회(2006, 2013년) 우승한 '레전드'다. 그는 이 대회 최초의 한국인 우승자이자 첫 2회 우승자였다.
그런 베테랑도 올림픽은 처음이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김홍열은 "경기장이 참 멋졌다. 무대 한쪽으로는 오벨리스크, 한쪽으로는 에펠탑이 보이는 배경도 멋지더라. 그래서 더 긴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40세인 김홍열은 이제 무대에 설 날이 오래 남지 않았다. 올림픽과 인연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될 거로 보인다. 브레이킹은 다음 대회에서는 정식 종목이 아니다.
이날 패배한 다른 젊은 선수들은 눈물을 보였다. 김홍열은 "충분히 그 감정을 이해한다. 나도 여기 오기 전부터 올림픽이 끝나는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나더라"며 "다들 노력했는데 결실이 기대에 못 미치니까 눈물이 나는 것 같다. 물론 노력은 내가 제일 많이 했다"고 재치 있는 답변도 남겼다.
김홍열의 관심은 '다음 세대'에 있었다. 최근 젊은 세대의 브레이킹 유입이 적은 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김홍열은 "국민들께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다. 입문하는 어린 친구들도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며 "일본과 중국은 좋은 어린 선수들이 정말 많다. 우리도 그들과 겨룰 레벨의 선수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홍열은 "아무래도 점점 더 직업을 선택할 때 수입을 고려해야 하니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에 좀 더 도전할 수 있게 길이 열리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홍열은 "내 춤 인생을 돌아보면 만족스럽다. 주위 사람들과 수입 이야기를 나누면 좀 창피하기도 하다. 그런데 원래도 돈 욕심이 별로 없었다"고 웃었다. 그는 "다음에 브레이킹이 올림픽에서 또 열린다면 후배들이 좀 더 노력해 주기 바란다. 내가 당한 걸 모두 복수해 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김홍열의 '위시 리스트'는 소박했다. 그는 "그동안 참았던 맛있는 것부터 좀 먹고 싶다. 한국에 돌아가면 먹고 싶은 게 정말 많다. 치킨, 떡볶이 같은 것들"이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