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캠프와 식사에 선수들 만족도가 높았다. 이번 대회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데 (지원이) 70~80% 역할은 한 것 같다."
진천 선수촌장이자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 지원을 총괄했던 장재근 총감독은 지난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대회를 돌아보며 이 같은 말을 꺼냈다.
당시 장 총감독은 "이 모든 성과가 우리가 원 팀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같이 한 몸으로 움직여서 나왔다. 전체 선수들이 한 마음으로 움직였다. 사전 탬프부터 많은 선수들이 너무 편안하게 훈련에 집중했고, 제공하는 식사들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높았다"면서 "메달을 따는 데 70~80% 역할은 한 것 같다. 선수 개개인에 맞춘 케어 시스템도 제공했다"고 말했다.
스포츠는 선수가 한다. 아무리 대단한 지원, 분석이 들어가도 선수들이 그만큼 구슬땀을 흘려야 성과를 얻는 게 스포츠다. 아무리 대단한 지원을 안겨도 70~80%가 될 수는 없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였던 장 총감독이 이를 모를리 없다. 장 총감독에게 이를 묻자 "당연히 선수와 지도자의 역량과 노력이 100%다. 외부적인 것만 본다면 체육회가 준비한 것 중에서 비중이 그 정도라는 것"이라며 "사전 캠프 덕에 종목 불문 선수단 144명이 똘똘 뭉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결산 기자회견에서 대한체육회가 선수단의 노력을 폄하한 건 절대 아니다. 이기흥 회장은 "48년 만에 선수단 규모가 가장 작았음에도, 선수들이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역대 최고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고 했다. 장 총감독도 우선적으로 "144명의 선수들, 107명의 지도자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열정적으로 도전했고, 성공한 모습들이 국민들께 제대로 보여지길 바랐다. 결과로 나와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도 대한체육회의 지원은 상당 부분 유효했다. 특히 비건 식단 중심으로 선수단 식당을 운영하던 대회 방침 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선수단에게 체육회의 한식 도시락은 든든한 우군이었다. 역대 최소 인원인 144명의 선수단이 시차 7시간, 머나먼 파리에서 역대 최다 금메달 13개(1위 타이기록)와 총 32개 메달(역대 2위)을 수확한 데 대한체육회의 공을 빼놓을 수는 없다.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도경동은 "뒤에서 도움을 줘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파리 올림픽 선수촌 음식들은 입맛에 맞지 않았는데, 캠프에서 보내준 도시락 덕분에 힘을 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밥 먹고 힘낼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사격 여자 권총 25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양지인은 "사전 캠프 덕분에 미리 컨디션을 조절하고 좋은 결과도 만들 수 있었다"며 "사격은 선수촌이 따로 떨어져 있어서 대회가 시작된 이후 한식을 먹을 수 없었지만 사전 캠프 때 먹었던 기억들로 힘을 냈다"고 밝혔다.
또 유도 혼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하윤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것처럼 사전 캠프를 잘 차려줘 더 열심히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한국인은 아무래도 밥심인데, 도시락을 보내줘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어디까지나 조연이다. 선수단이 앞장서서 감사를 전할 때 굳이 '공'을 꺼낼 필요는 없는 일이다. 정강선 선수단장은 지난 2일 선수단의 호성적에 대해 "사전 캠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적응한 것이 주효했다. 조리사 15명도 함께 와 진천선수촌 못지않게 제공하고 있다. 한국인은 ‘밥심’ 아니겠나"라며 "파리 선수촌에서는 연습 시간도 짧고 상대에 전력 노출 우려가 있다. 사전 캠프에서는 선수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연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마음을 편하게 먹는데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당시 선수단의 분전에 대한 감사는 없었다. 오히려 "지금 분위기가 상당히 올라와 있다. 기대했던 수영에선 주춤했는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격려라고 해석하기엔 다소 아쉬운 발언이다.
11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기억에 남은 건 대한체육회의 자화자찬, 대기업의 지원 부족이 전부였다. 선수단에 대한 칭찬도 많았지만, 메달 예측 실패에 대해선 "스포츠는 원래 그렇다"는 다소 난해한 해명까지 내놨다.
때론 겸양이 더 빛을 내게 만들기도 한다. 대한체육회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선수단은 나서서 계속 고마움을 표했을 거다. 그보다는 아쉬운 점을 보완하겠다는 다짐이 국민들에게 LA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