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외국인 선수는 재계약 협상이 불발되더라도 '자유의 몸'이 될 수 없다. 현행 KBO리그에선 원소속구단의 보류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류권 기간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외국인 선수 고용 규정에는 '전 소속 구단이 재계약을 제안한 경우 해당 선수는 5년간 국내 타 구단에 입단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전 소속 구단이 동의할 경우를 예외로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쉽지 않다. 지난 시즌 뒤 삼성 라이온즈와 재계약이 불발된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국내 다른 구단과 협상하지 못하는 것도 궤를 같이한다.
보류권은 외국인 선수 재계약 논의 때 구단의 협상력을 키우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보류권이 묶이면 이적이 쉽지 않은 만큼 KBO리그에서 뛰고 싶은 선수를 원소속구단에 눌러 앉힐 수 있다. 보류권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다. 그런데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길어도 너무 길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장 실무를 담당하는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보류권 5년은 정말 노예계약"이라고 지적했다. B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도 "(보류권 5년을 인정하면) 사실상 종신 계약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KBO 외국인 선수 고용 규정에는 '재계약 제안'을 원소속구단이 보류권을 갖는 절차적 타당성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추상적 의미에 가깝다. 재계약 조건과 관련한 금액 가이드라인(최소 금액 등)이 없다 보니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안해 협상이 파투 나더라도 원소속구단은 보류권을 갖는다. 구단 말을 잘 듣지 않는 한 외국인 선수를 두고 "2군에 박아 놓고 안 쓸 거다. 대충 (기존 연봉보다 훨씬 낮은) 20만 달러(2억7000만원) 정도 제시해 보류권을 묶은 뒤 한국에서 뛰지 못하게 할 거"라는 한 감독의 엄포가 빈말이 아닌 이유다.
외국인 선수 시장에는 매년 "매물이 부족하다"는 푸념이 끊이질 않는다. 아시아 리그에 도전하는 외국인 선수가 적은데 A급 자원의 경우 대부분 한국이 아닌 일본이 우선순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류권 기간을 손질해 선수가 내부에서라도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앤드류 수아레즈(전 LG 트윈스)를 비롯해 적지 않은 외국인 선수가 보류권 문제로 국내 이적이 불가능하다. 2020년에는 카를로스 페게로가 원소속구단 LG에서 보류권을 풀지 않아 키움행이 무산되기도 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과거 보류권 기간을 줄인 적이 있는데 여러 이유로 다시 늘렸다. 재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현행 5년 보류권은 악법"이라고 말했다. C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보류권 기간을 아예 없애자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2~3년 정도로 줄이는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