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은 13년이 걸렸지만 두 번째 우승은 불과 세 달 만에 이뤘다. 30대에 골프에 눈을 뜬 배소현(31·프롬바이오)의 '롱런'은 이제 시작이다.
배소현은 18일 경기도 안산시 더헤븐 컨트리클럽(파72·668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더헤븐마스터즈 3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작성하며 4언더파 68타를 기록,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우승했다. 전날(17일) 2라운드에서 무려 10타를 줄이며 정규투어 코스 레코드(종전 8언더파)를 세운 배소현은 마지막 날에도 보기 없이 순항하면서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시즌 2승이자 투어 2승. 배소현은 지난 5월 E1채리티 오픈 우승 이후 투어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E1채리티 오픈에서 데뷔 154번째 대회 만에 우승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배소현은 3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우승 후 배소현은 방송 인터뷰에서 "하반기에 (두 번째) 우승을 꼭 하고 싶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했다"라면서 기뻐했다.
배소현은 "저 같은 선수를 보는 재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난 주니어 시절 때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선수였고, 프로에 와서도 2부 투어부터 한단계씩 올라가고 있는 선수"라며 자신을 "대기만성형 선수"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1993년생인 배소현은 2011년에 투어에 입회했으나 2부 투어에 있던 시절이 길었다. 2017년에야 정규투어에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준우승도 지난해까지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던 중 31세 시즌인 올해에야 실력을 만개하면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기자회견에서 배소현은 방송 인터뷰에서 했던 '저 같은 선수'에 대해 다시 설명했다. 그는 "(첫 우승 후) 잠시 주춤해서 주말에 혼자 연습을 했다. 연습장에서 팬 한 분을 만났는데, 2부 투어 때부터 팬이었다고 하더라. '사람마다 좋은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가 온 것 같다'고 응원해주셔서 힘이 됐다"면서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있다. 나처럼 처음부터 두각을 드러내지 않아도 조금씩 결과를 얻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나를 보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아무리 대기만성형이라도, 오래 좌절을 겪는 선수들 입장에선 '롱런'을 결심하기가 쉽지가 않다. 배소현은 "남자도 마찬가지지만, 여자 선수들이 특히나 선수 생활이 짧아 안타깝다"라면서 "다른 스포츠보단 골프는 본인의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길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생각한다. 나는 선수 생활을 하는 게 좋고, 길게 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성적이 안 나와도 나를 보면서 따라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롱런의 비결은 체력과 비거리였다. 배소현은 "이시우 프로님이 롱런하기 위해 30대에 갖춰야 할 게 비거리라고 말씀하셨다. 드라이버 연습할 때 비거리를 신경 쓰면서 치고 있다. 체력적으로도 경기 외 트레이닝은 물론, 경기 내 루틴도 잘 짜서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소현은 올해 우승으로 향후 2년간의 정규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는다. 그는 "한 번 우승은 한 번 우승이고, 한 시즌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주하지 않으려고 한다"라면서 "이승하 캐디 오빠가 파리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돕기 위해 파리에 다녀왔다. 올림픽 참가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인데 너무 부러웠다. 앞으로 해외 대회에도 출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