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선두 KIA 타이거즈의 1위 비결 중 하나는 2위 그룹과의 상대 전적이다.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삼성 라이온즈(8승 4패)와 LG 트윈스(12승 3패)만 만나면 압도한다. KIA가 두 팀 상대로 만든 승차 마진이 19일 기준으로 +13에 이른다. 시즌 전체 성적(68승 2무 46패, 승률 0.596)을 고려하면 삼성·LG전 결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원동력인 셈이다.
위기 때마다 2위 그룹을 밀어냈다. 지난 7월 2일 대구 3연전은 KIA의 전반기 분수령이었다. 당시 3연패를 당한 KIA는 2·3위 LG와 삼성에 각각 1.5경기, 2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삼성 3연전 결과에 따라 선두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시리즈를 싹쓸이하며 격차를 벌렸다. 반면 호랑이 꼬리를 잡으려다 실패한 삼성은 4위로 미끄러지며 한동안 후폭풍에 시달렸다.
지난 16일부터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3연전도 비슷했다. 2위 LG가 4경기 차로 추격한 상황. 3연전 결과에 따라 선두 경쟁에 불이 붙을 수 있었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불릴 만큼 관심이 쏠렸는데 결과는 3전 전승, KIA의 완승이었다. "KIA와 주말 3연전이 큰 기회"라고 강조한 염경엽 LG 감독의 바람이 무색했다. KIA전 7연패를 당한 LG는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KIA의 삼성·LG전 초강세 이유 중 하나는 타격이다. 삼성전 팀 타율이 0.312, LG전 팀 타율은 0.338에 이른다. 두 부문 모두 리그 1위. 삼성전에 김도영(이하 상대 타율 0.214)이 약하지만, 서건창(0.345) 변우혁(0.476) 이우성(0.346) 등이 부족함을 채운다. LG전에서는 나성범(0.424) 최원준(0.458) 한준수(0.457) 등의 활약이 돋보인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으니 그만큼 기복도 적다. 여기에 마운드 운영도 안정적이다. 외야수 이창진은 "2위와 할 때는 선수들이 더 집중하는 거 같다. 여기서 물러나면 더 힘들어질 거라는 걸 인지하고 플레이한다"고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2위 팀, 강팀과 경기하면 (선수들의) 집중도가 조금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고 말하면서도 "초반부터 원사이드하게 이겼던 경기는 별로 없다.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건) 실력 차이가 아니라 운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몸을 낮췄다.
숙제가 없는 건 아니다. 8위 롯데 자이언츠만 하더라도 상대 전적(3승 1무 7패)에서 열세다. 이범호 감독은 "강팀과의 경기를 많이 끝낸 상황이기 때문에 전력이 약한(순위가 낮은) 팀과의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상당히 고민거리"라며 "간절하게 따라오는 팀들이 연승하면 우린 쫓기게 된다"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