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열린 2025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서 눈길을 끈 건 오른손 투수 양제이(22·미국명 제이 아가니아)였다. 트라이아웃 전부터 그의 삼촌이 양동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수석 코치라는 사실이 알려져서 화제였다. 양동근 코치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4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6회, 플레이오프 MVP 3회를 차지한 레전드. 양제이는 양 코치의 누나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재학 중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양제이는 미국 오벌린 대학에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양동근 코치의 조언으로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양제이는 지난 7월 입국, 독립야구단인 화성시 코리요에 입단해 트라이아웃을 준비했다. 트라이아웃에서 140㎞/h 후반대 직구를 뿌린 양제이는 훈련 뒤 병역 이행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관심이 쏠리는 건 실제 지명 여부. A 구단 스카우트는 "하위 지명으로는 해볼 만하다. 피지컬(1m98㎝·110㎏)이 워낙 좋다. 변화구가 조금 밋밋하지만, 직구 구위도 괜찮다"며 "던지는 걸 보면 외국인 투수 같은 느낌도 든다. 군대를 비롯해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중요한 건 선수의 의지"라고 말했다.
그의 잠재력을 어느 정도로 평가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양제이의 올 시즌 대학리그 성적은 2승 2패 평균자책점 1.87(33과 3분의 2이닝),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1.10으로 수준급이다. 극심한 타고투저 리그에서 거둔 기록이라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다만 오벌린 대학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3부리그(노스 코스트 애슬레틱 콘퍼런스) 소속. 야구 명문 애리조나주립대·플로리다대·조지아대·텍사스A&M대 등이 포함된 1부리그와 전력 차이가 상당하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150㎞/h를 던졌다고 하더라. 화제성 때문에라도 한 번 긁어볼 만한 카드이지 않을까 한다"며 "프로야구에 갈 수 있다면 군대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건 그만큼 각오하고 있다는 거 같다. 다만 변화구가 부족해 결국 디비전1(1부리그) 대학을 못 간 거다. 약점은 있다"고 말했다. B 구단 스카우트는 "지명할 정도는 될 거 같은데 나이(2002년생)가 사실 적지 않다. 군대를 가겠다고 하지만 입단 이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부분이다. 2군에서 몇 개월 생활하다가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