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 3-2 승리 후, LG 트윈스 투수 최고참 김진성(39)이 연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치며 말했다. '힘들지 않나'라는 말에 "힘들다"면서도 "늘 이런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괜찮다). 집중력이 더 나오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김진성이 위기 상황마다 불을 끄고 있다.
김진성은 이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전 2-2로 맞선 6회 2사 만루에서 등판해 KBO리그 최다 홈런 주인공 최정을 삼진 처리했다. 이어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막고 마운드를 넘겼다. LG는 8회 말 오스틴 딘의 역전 2타점 결승타에 힘입어 3-2로 승리, 3연패에서 탈출했다. 지난 주말 KIA전 싹쓸이 패배 충격에서 벗어나는 귀중한 승리였다. 염경엽 감독은 "(김)진성이가 만루 위기를 막아주고 다음 이닝도 깔끔하게 막아줘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김진성은 최근 징계성 2군행을 다녀왔다. 지난달 2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투수 교체에 불만을 드러낸 그는 경기 종료 후엔 비속어까지 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렸다. 이후 논란이 확산됐고, 결국 팀 분위기 차원에서 2군행이 결정됐다. 며칠 뒤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열흘 만에 다시 돌아왔다.
김진성은 "모두 제 잘못이다. 팀에 폐를 끼쳤다"며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복귀하면 팬들 위해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다짐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힘든 시기에 오지환과 이우찬, 김광삼 코치님이 정말 큰 힘이 되어주셨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진성은 다시 LG 불펜의 '믿을맨'으로 돌아왔다. 복귀 후 9경기에서 1승 4홀드 평균자책점 0.84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6~7월 평균자책점 7.41의 부진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 이달 승계주자 실점률(IRS)은 0.077이다. 100명의 주자가 있는 상태에서 마운드를 물려받았다면 그 중 7명의 득점만 허용한다는 의미다.
복귀 후 위기 상황마다 등판해 급한 불을 껐다. 지난 8일 두산전은 6-2로 쫓긴 6회 말 1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해 연속 뜬공 처리로 실점 없이 막았다. 10-3으로 앞서다 10-9까지 쫓긴 지난 9일 NC전은 7회 무사 1, 2루에서 등판해 병살타로 위기 탈출한 뒤 8회 2사까지 책임졌다. 지난 11일 NC전은 1-1 동점이던 7회 초 무사 1·2루에서 등판해 2이닝을 실점 없이 투구했다.
현재 LG가 믿고 투입하는 불펜 투수는 김진성과 유영찬뿐이다. 21일 SSG전은 한 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불펜이 무너지며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진성은 2승 2패 1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하고 있다.
NC 다이노스에서 방출 후 직접 9개 구단 담당자에게 전화해 새 둥지를 찾았던 그는 20일 경기 종료 후 "LG에 와서 야구에 눈을 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올해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제가 (팀 안팎에서) 다 수습해야 한다"면서 "남은 경기 팬들을 위해 열심히, 또 잘 던지는 수밖에 없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