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최대 축제 '여름 고시엔(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 23일 오전 10시,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106회를 맞이한 이 대회에 총 3957개 학교가 출전했다. 이 가운데 본선에 오른 49개 학교가 지난 7일부터 토너먼트를 거쳐 최종 무대에 서는 두 팀만 남았다.
한국 야구팬의 시선도 고시엔구장을 향하고 있다. 결승전에 오른 학교가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이기 때문이다. 1999년 창단하며 상대적으로 야구부 역사가 짧은 편이지만, 이들은 103·104회 대회에서 본선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올해는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설립한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재편해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교가도 당연히 한국어다. 고시엔 대회에서는 경기 전 출전한 두 학교 차례로 교가를 부른다. 승리한 팀은 한 번 더 교가를 제창한다. 고시엔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중계되는데, 이번 대회에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수 차례 전파를 탄 것이다.
교토국제고의 '언더독' 스토리보다, 일본 야구 성지로 불리는 고시엔구장에 한국어가 울려 퍼진 게 더 큰 이슈가 된 게 사실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불편한 심경을 쏟아낸 일본인이 많았다. NHK가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사 가사를 일본어 자막으로 내보내면서 동해를 '동쪽의 바다', 한국의 학원을 '한일의 학원'으로 표기해 송출하며 한국인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사실 교토국제고 야구부에 '일본에서 홀로 투쟁하고 있는 한국 야구'라는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현재 야구부 선수뿐 아니라 소속 학생 대부분 일본인이기 때문이다. 중학생을 포함해 총 재적 학생 160명 중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약 30%다. 2003년부터는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일반 중·고교로 인가받았다. 현재 교토국제고 남학생 73명 중 61명이 야구부 소속인데, 순수 한국인은 한 명도 없다.
그렇다고 교토국제고를 '일본인 학교'로 볼 수도 없다.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 역사와 문화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고, 한국 고교와 교류도 많다. 수학여행은 주로 서울로 간다. 학교엔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여학생들은 대체로 한국 문화, 특히 케이팝(K-POP)에 매료돼 교토국제부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여학생이 댄스부 활동에 열성적이다. 한류 열풍 속에 한국어와 일본어를 모두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알려지며 입학 희망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도 증가하는 추세다.
재일교포들은 물론 교토 지역 일본인들도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결승 진출을 반기고 있다. 아오모리야마다고를 상대한 21일 4강전에서도 재일교포와 일본인이 어우러져 응원전을 펼쳤다. 예선전에서 교토국제고에 패한 세이쇼고, 인근 교토산업대부속고 학생들도 응원석을 채웠다고. 교토국제고의 선전으로 혐한(嫌韓, 한국을 혐오하는 일) 게시물이 퍼졌고, 이에 반일 감정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더 많은 한국·일본인이 같은 마음으로 교토국제고를 응원하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와 만난다. 한일 화합을 끌어내며 이미 큰 기적을 이뤄낸 교토국제고가 첫 우승까지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