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이와 같은 내레이션으로 매 에피소드를 연다. 이를 말하는 화자는 다르다. 강력계 형사 출신 보민(이정은)이기도, 펜션 주인 영하(김윤석)이기도, 모텔 주인 상준(윤계상)이기도 하다.
작품은 제목처럼 숲이 우거진 휴양지에 위치한 펜션과 모텔, 두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주며 출발한다. 대기업에서 은퇴해 아픈 아내의 소원이었던 펜션을 사별 후 홀로 운영하는 영하와 호수뷰가 아름다운 모텔을 신장개업해 가족들과 새 출발을 꿈꾸는 상준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에게 펜션과 모텔은 생계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지만, 어느 날 수상한 손님을 각각 받으며 일상은 지옥으로 변모한다.
평행선 같은 두 사건을 진득하게 그리며 초반 화를 채운 드라마가 전개에 속도가 붙는 것은 영하의 시점에서 1년 후, 수상했던 손님 성아(고민시)가 홀연히 다시 눈앞에 나타나면서다. 영하는 선택해야 한다. 소중한 것을 진정으로 지키기 위해선 불청객과 어떤 결판을 지어야 할지 말이다.
상준과 영하의 시차가 20년이 나는 점은, 경찰 보민을 교집합으로 확인된다. 작품의 영어 제목처럼 상준과 영하는 ‘우연히 누군가가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다. 타고난 직감으로 ‘술래’라는 별명을 단 보민은 그들을 비롯한 수많은 개구리들의 사건을 관찰하고, 돌 던진 범인을 추적해 온 베테랑 형사다. 그렇다고 본격적인 수사극은 아니다. 영하가 그보다 앞선 피해자 상준의 선례와 달리, 가해자 성아를 어떻게 마주하고 헤쳐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 작품은 ‘JTBC X SLL 신인 작가 극본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신인 손호영 작가의 극본이며 ‘부부의 세계’ 모완일 감독이 연출했다. 모 감독은 “특이한 이야기라 드라마로 나오기 쉽지 않겠다 싶었지만, 계속 미련이 남았다. 다음이 궁금해서 만들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 말처럼 과거와 현재, 환상과 실제를 뒤섞어 교차하는 이야기 구조는 단번에 큰 그림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몰입할수록 호기심을 키운다.
색감이 돋보이는 공간 미장센도 볼거리다. 펜션과 모텔을 단지 생계 수단이 아닌, 각 인물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그리려 한 의도가 묻어난다. 기존 서스펜스 스릴러물 속 장소의 오싹함보다는 촬영지가 어딘지 궁금해질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게 연출됐다. 불청객 성아가 무성한 식물을 갖다 두며 영하의 공간을 침범하는 방식 또한 결과적으로 미지의 정글에서 쫓고 쫓기는 듯한 독특한 그림을 만들었다.
여기에 김윤석, 이정은, 윤계상을 비롯해 연기력이 보장된 주연진과 감초 같은 박지환은 물론, 고민시의 재발견까지 더해졌다. 살짝 등장한 전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은 성아의 광기를 고민시는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길에 있었을 뿐인 개구리들을 치고 지나가는 것도 모자라 흥미 본위로 유린하는 천진한 악인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다만 각 캐릭터가 자신에게 주어진 목적에 너무 충실했던 나머지 쌓아온 긴장감을 해소하는 통쾌함은 반감됐다. 영하가 지극히 정상적인 궤도를 살아온 인물이라지만, 비상식의 결정체인 성아에 맞서는 후반 전개에서조차 그 상식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하는 순간들이 탄식을 자아낸다. 사건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경찰 보민조차 지긋이 관찰하며 낌새로 단서를 수집할 뿐 후반에 이르러서야 개입한다.
도달한 결말도 곱씹어 보면 내레이션의 “‘쿵’ 소리”가 ‘착한 보통의 사람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구조신호’라는 작가의 설명에 물음표가 남는다. 억울한 개구리를 양산하기 전에 주변을 돌아보자는 뜻이겠지만 던져질 돌을 막을 순 없었을지 뒷맛이 쓰다. 총 8부작.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