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이적시장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한국 선수들의 거취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는 홍현석(KAA 헨트)의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05 이적설에 축구계 반응이 뜨겁다. 그런데 이적이 절실한 상황에서 아직 뚜렷한 이적설조차 없는 선수도 있다. 잉글랜드 3부 버밍엄 시티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출신 백승호(27)다.
유럽에서 뛰다 전북 현대로 이적했던 백승호는 전북에서 세 시즌 동안 맹활약한 뒤, 지난 1월 유럽 무대 재진출에 성공했다. 행선지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버밍엄 시티였다. 챔피언십에서 활약을 이어가다 더 넓은 무대로 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선택이었다. 버밍엄 입단 이후에는 후반기 18경기(선발 15경기)에 출전하며 팀 중원의 핵심으로도 활약했다.
그런데 소속팀이 잉글랜드 리그원(3부)으로 강등되면서 상황이 꼬였다. 팀이 강등되면 주축 선수들은 이탈하기 마련이고, 특히 1부에서 2부보다 2부에서 3부 강등의 경우 이탈의 폭이 더 넓은 게 일반적이다. 버밍엄 이적 직후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한 백승호 역시도 강등 직후만 하더라도 유력한 이적 대상자로 거론됐다. 실제 한때 잉글랜드 2부 팀들의 이적설이 돌기도 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백승호의 이적설이 뚝 끊겼다. 최근에는 현지에서 이렇다 할 관심설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백승호는 2024~25시즌 개막 후 버밍엄에서 공식전 전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최근 홍현석이 이적설이 불거진 뒤 헨트의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던 것처럼 이적 이야기가 오가면 전열에서 이탈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백승호는 오히려 리그원 개막 3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 중이다. 카라바오컵 2경기(선발 1경기)에도 모두 출전할 만큼 입지가 두텁다.
물론 이적시장이 아직 남은 만큼 급박하게 이적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지만, 정황상 이적보다는 잔류에 더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적어도 다음 이적시장이 열릴 때까지는 꼼짝없이 3부리그를 뛰어야 할 수도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 버밍엄이 강등 이후 곧바로 재승격에 도전하고 있는 만큼, 핵심 선수인 백승호의 이적을 허락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정적으로 버밍엄 구단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오퍼도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버밍엄과 계약 기간이 2026년 6월까지로 아직 2년이나 남은 상황이다 보니 백승호 입장에서도 무조건 이적을 요청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반전 없이 잔류가 불가피하다면, 전반기 활약 이후 겨울 이적시장을 통한 상위리그 이적을 노리는 게 가장 빠른 3부 탈출의 길이다. 버밍엄의 챔피언십 재승격을 이끄는 길도 있지만, 승격 실패의 위험 부담이 큰 데다 한 시즌을 통으로 3부리그에서 보내야 한다. 한때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등 국가대표 중원의 핵심으로 활약했고, K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 재진출에도 성공한 커리어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여정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