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태권도 간판 주정훈(30·에코플랜트)이 '금빛 발차기' 각오를 다졌다. 3년 전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선 동메달(남자 75㎏)에 그쳤지만, 이번 파리 대회에선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그리고 금메달과 함께 소고기를 싸 들고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주정훈은 만 2세 어린 나이에 장애인이 됐다. 경남 함안 시골집에서 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소여물을 자르는 기계에 오른손을 넣었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후 할머니는 죄책감에 눈물로 나날을 보내다 지난 2021년 세상을 떠났다. 그해 가을 손자가 도쿄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으나 치매로 손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영면했다.
임종 당시 할머니는 손자의 이름을 부르고 눈을 감았다. 주정훈은 "패럴림픽 대회 후 금메달과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던 소고기도 싸 들고 다시 찾아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도쿄 대회 땐 첫 대회 긴장감에 첫 경기부터 힘을 쓰지 못했다. 이전까지 상대 전적에서 압도적으로 앞섰던 상대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패자부활전으로 떨어졌다. 겨우 마음을 다잡은 끝에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정훈은 "이번 파리 대회에선 첫 상대부터 분석을 철저히 하고 있다. 멀리 보지 않고 단계별로 금메달까지 차분히 올라갈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실력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는다"라고 자신있게 말한 주정훈은 "(상대보다) 나를 이기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내가 멘털이 약하다고 하더라. 잘할 수 있는데 한순간에 무너지는 선수라고도 한다"면서 "이제까지 한 훈련들과 기술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내 자신(멘털)을 똑바로 잡으면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전했다.
그는 "파리 패럴림픽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며 "몸의 일부분이 부러지든 다치든 코트 위에선 신경 쓰지 않는다. 겁내지 않고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