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숨죽여 지켜본 18번 홀 마지막 버디 퍼트. 안신애(34)의 12.8야드(11.7m) 롱 퍼트가 빠르게 그린 위를 훑고 지나가더니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갤러리들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고, 이를 지켜보던 안신애의 아버지 안효중 씨는 하루 더 딸의 경기를 지켜볼 생각에 신이 났다.
아쉽게도 부녀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컷 통과 조건이 중간 합계 '2언더파'로 선이 그어지면서 1언더파를 기록한 안신애는 아쉽게 컷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안신애는 31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3회 KG 레이디스 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작성하며 이븐파를 기록, 중간합계 1언더파 143타로 공동 61위에 머물렀다. 60위 이내 선수들에게만 주어지는 컷 통과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컷 탈락했다.
경기 후 만난 안신애는 "마지막 샷이 극적으로 들어가면서 통과하는 줄 알았는데, 2언더파로 끝났다더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오늘 경기가 잘 안풀려서 마지막 홀에서 더 집중했다. 마지막 버디 하나로 예선을 통과하겠다는 마음으로 짧지 않게 쳤는데 들어갈 줄은 몰랐다. 이렇게 탈락해서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아버지와 함께 하루 더 필드를 돌고 싶었다는 딸의 소원은 이뤄지지 못했다. 아버지 안효중 씨는 현재 암 투병 중이다. 딸 안신애는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KLPGA투어에 추천선수로 출전, 지난주 한화 클래식에 이어 KG 레이디스 오픈까지 아버지와 함께 필드를 돌았다. 대회 전 그는 "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컷 통과를 했다면 하루 더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안신애는 "오랜만에 한국 무대에서 뛰면서 한 대회 정도는 컷 통과 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이번주에 감이 나쁘지 않아서 내심 기대를 했지만 아쉽게 됐다"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딸의 탈락이 못내 아쉬운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더 아쉬워했다.
올 시즌 한국 무대에서 뛰는 건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다. KLPGA 투어에선 추천 선수로 상반기에 2번, 하반기에 2번 정규 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데 안신애는 지난주 한화 클래식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2주 연속 추천 선수로 출전해 더 이상 뛸 수 없다. 안신애는 이틀 뒤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일본 투어에 합류한다. 그는 "2주 동안 한국에서 뛴 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경기 감각을 익히고 일본 투어에 출격하니까, 가서 또 잘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안신애는 "국내 팬들이 정말 많이 찾아와주셨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함께 해서 너무 좋은 대회였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며 올 시즌 마지막 한국 무대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