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024시즌 프로야구 순위 싸움의 전쟁터는 중위권이다. 4위 두산 베어스부터 8위 SSG 랜더스까지 4경기 차다. 넓게는 두산과 5.5경기 차이인 9위 NC 다이노스까지 6개 팀이 혼전 상태다.
여유가 없으니 매 경기 총력전이 펼쳐진다. 최전선에 서 있는 선수가 이병헌(21·두산)이다. 2022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병헌은 3년 차인 올해 드디어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속 150㎞/h 강속구 제구가 잡히면서 시즌 초부터 필승조로 중용됐다. 그런데 그 믿음이 지나쳤다. 첫 1군 풀타임 시즌인 올해 연투 횟수도 21회로 전체 1위에 올랐다. 1이닝 이상 던진 경기도 16회(6위)를 기록했다.
두산도 사정은 있다. 지난해 각각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불펜에선 베테랑 김강률·홍건희의 구위가 떨어진 상태다. 1이닝을 온전히 맡길 투수가 적어 이병헌을 비롯한 영건 필승조 등판이 잦아진다.
올 시즌 이병헌은 좌타자 피OPS(출루율+장타율) 0.618, 우타자 피OPS 0.804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이병헌은 좌타자(165명)를 우타자(92명)보다 더 많이 상대했다. 왼손 타자를 상대로 등판하다 보니 이닝 도중 등판해 다음 이닝까지 던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병헌에게 피로도가 가중될 법하다.
이대로 가면 '역대급' 출전도 가능하다. 현재 페이스로 144경기 정규시즌을 모두 소화하면 이병헌은 약 77경기에 등판하게 된다. 최근 10년 동안 단일 시즌 최다 등판인 80경기(2015년 NC 임정호, 2023년 LG 트윈스 김진성)에 근접한 숫자다. 입단 직전 왼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어린 투수에겐 작지 않은 부담이다.
후반기 두산이 하락세(18승 24패)에 빠진 걸 불펜 때문만으로 볼 수는 없다. 두산 불펜은 후반기 평균자책점 5.83(7위)으로 흔들리고 있지만, 최근 2주(8월 19일 이후) 동안 평균자책점 3.53(1위)을 찍으며 살아나고 있다. 이 기간 선발진은 48과 3분의 2이닝 평균자책점 5.73(8위)으로 여전히 불안했다. 같은 기간 팀 타율 10위(0.203)에 그칠 만큼 타선도 식었다.
두산이 가을 야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병헌을 비롯한 필승조에 섣부르게 휴식을 주기도 어렵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달 31일 "총력전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두산은 3연패 중이다. 그리고 아직 15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