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55)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첫인상은 여전히 '무섭다'는 것이었다. 홍 감독은 20대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카리스마로 대표되는 지도자다. 하지만 그 속에선 시대 변화의 흐름을 좇으려는 홍 감독의 의지도 엿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처음으로 소집돼 훈련을 했다. 3일에는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뒤늦게 입국한 일부 해외파까지 합류해 완전체로 훈련이 진행됐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을 벌인다.
훈련 첫날 관심사는 홍명보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첫인상이었다. “나는 수평적인 걸 좋아한다”라고 외친 홍 감독이지만, 그를 향한 선수들의 인식은 여전했다.
대표팀 베테랑 이재성(32·마인츠)은 “들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감독님이 무서웠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2년 만에 발탁된 엄지성(22·스완지 시티) 역시 “K리그에서는 카리스마도 있으시고 포스도 넘치셨다”고 회상했다.
홍명보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 직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이번에 10년 만에 대표팀을 다시 맡았다. 당시 대표팀 소집 당일 선수들에게 '정장 착용'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내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소집 때 선수들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 전부 해외에서 오는데 (양복 입고 오라고 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비행기 시간도 있는데 말도 안 된다"면서 "난 좀 더 자유스러우면서도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규율이 있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걸 홍명보 감독 역시 인지한다. “흰머리가 훨씬 많이 났다”며 내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카리스마 지도자로 호평받은 과거와, 현재는 온전히 다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 총괄이사는 홍명보 감독 선임 배경 중 하나로 그의 리더십을 언급하며 “지난 2명의 외국인 감독의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팀 내 자유로움 속 기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취임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팀이다. 팀이 얼마나 강하고, 응집력이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팀 문화, 정신,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팀 문화와 정신은 강한 내부 기강만 뜻하는 건 아니다. 소집 후 홍 감독은 “말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내 이미지가 무서울 수 있는데, 내가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게 (친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아닐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