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영빈. 사진=구단 제공 '인생 경기'를 펼친 다음 날, LG 트윈스 이영빈(22)은 주변의 축하 연락에 감사 인사를 돌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9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그는 "(문자나 DM에) 아직 답장을 다 하지 못했다. 하루에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고 쑥스러워했다.
이영빈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4타수 4안타(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이영빈의 시즌 첫 홈런이자, 한 경기 2홈런을 데뷔 후 처음이다. 4안타(종전 3안타) 5타점(종전 2타점)도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이영빈은 이날 3-0으로 앞선 3회 말 2사 2, 3루에서 한화 두 번째 투수 김기중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펜스를 넘기는 시즌 1호 홈런을 터뜨렸다. 사진=LG 제공 이어 9-2로 앞선 4회 말 2사 2루에서는 우측 폴대 위로 날아가는 대형 타구를 날렸다. 최초 판정은 파울이었으나 LG의 비디오 판독을 통해 홈런으로 바뀌었다. 이영빈의 시즌 2호 홈런이자, 개인 첫 연타석 홈런이다. 지난해까지 132경기에서 홈런 3개가 전부였던 이영빈이 하루에만 홈런 2개를 쏘아 올린 것이다.
이영빈은 "경기 중에 '내가 잘했구나'라고 싶었지만, (24시간이 지난 후에도) 내가 과연 홈런을 친 게 맞나 싶다. 아직도 신기하다"라고 감정을 전했다.
사실 이영빈은 9일 경기 닷새 전에 시즌 첫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영빈은 지난 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4-7로 뒤진 9회 초 홈런을 날렸으나, 2루심은 2루타로 인정했다. 타구가 가운데 펜스를 넘어 구조물을 맞고 튀어나오면서 철망에 끼었는데 이를 심판이 놓친 것. LG 벤치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지 않아 최초 판정을 정정할 기회를 놓쳤다. 사진=LG 제공 이영빈은 "코치님이랑 선배들도 '미안하다'고 해주셨다"라며 "주변에서 '아쉽지 않나'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더 중요한 순간에, 멋있게 홈런을 기록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이영빈은 자신이 꿈꾸던 잠실구장에서 홈런을 날렸다. 염경엽 LG 감독은 "이영빈의 3점 홈런이 승부에 결정적이었다"라며 "프로 데뷔 개인 첫 연타석 홈런을 축하한다"고 했다. 사진=LG 제공 이영빈은 9일 통화에서 "입대 전에도 홈런을 쳤지만 홈 구장인 잠실구장에서는 홈런이 없어 아쉬웠다. 잠실구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웅장하지 않다. 또 LG 팬도 가장 많다"라며 "상무 야구단에서도 잠실에서 꼭 홈런을 쳐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이뤄져서 신기하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2021년 입단한 이영빈은 상무 복무를 마치고 올 7월 제대했다. 1군 합류 후 18경기에서 타율 0.429(28타수 12안타)로 쏠쏠한 활약이다. 그는 "상무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나도 그렇고, 팬들도 많이 걱정했다. 앞으로 계속 승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