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은 없었다. 중국 축구대표팀이 또 충격패를 당했다. 일본전에선 7실점 참패를 당하더니,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는 수적 우위에도 역전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리는 선수까지 나왔고, 관중석에선 브란코 이반코비치(크로아티아)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팬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야말로 추락하는 중국축구다.
중국은 10일(한국시간) 중국 다롄 수오위완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2차전에서 사우디에 1-2로 졌다. FIFA 랭킹은 중국이 87위, 사우디는 56위다.
출발만 좋았다. 전반 14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자책골이 나오면서 먼저 균형을 깨트렸다. 5분 뒤엔 볼 경합 이후 넘어진 상대의 비신사적 행위로 레드카드까지 나왔다. 모하메드 칸노가 중국 선수의 가슴 부위를 발로 가격했다. 전반 20분도 채 되기도 전에 중국은 1-0 리드는 물론 수적 우위까지 점했다.
그런데 이후 경기 양상은 오히려 중국이 1명 더 모자란 것처럼 보였다. 일찌감치 수비라인을 내려서 수비에 집중했다. 1명이 부족한 사우디가 오히려 더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기를 주도하는 아이러니한 경기 양상이 전개됐다. 결국 중국은 전반 39분 코너킥 상황에서 하산 카데시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에도 중국은 수적 우위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그나마 후반 초반 균형을 깨트리는 듯 보였으나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취소됐다. 이후에도 좀처럼 리드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45분 코너킥 상황에서 카데시의 강력한 헤더에 또 한 번 일격을 당했다. 결국 경기는 중국의 1-2 역전패로 끝났다. 70분 넘게 중국이 1명 더 많은 채로 경기를 치렀지만, 정작 승점 3점은 사우디의 몫이었다.
이날 중국의 볼 점유율은 42.7%로 사우디(57.3%)보다 오히려 더 낮았다.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슈팅 수 역시 15-11로 큰 차이가 없었고, 유효슈팅 수는 단 1개, 사우디는 3개였다. 전반 19분 상대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이날 중국의 경기력이 어땠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결과에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역시 중국 현지였다. 중국 소후닷컴은 경기 직후 “중국이 사우디에 1-2로 패배한 직후 관중들은 크게 분노했고, 이반코비치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고 일제히 외쳤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장위닝이 경기 후 경기장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경기 직후 경기장 분위기는 추락하는 중국축구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앞서 일본 원정에서 0-7 참패를 당했던 중국은 이날 패배까지 더해 2전 전패를 기록, 일찌감치 C조 최하위로 처졌다. C조에서 전패를 당한 팀은 6개 팀 중 중국이 유일하다. 1득점에 9실점, 득실차는 벌써 –8이 됐다. 3차 예선은 각 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3, 4위는 4차 예선을 통해 본선 진출팀을 추가로 가린다. 5, 6위는 그대로 탈락한다. 이제 예선 단 2경기만 치렀을 뿐이지만, 24년 만의 월드컵 본선을 향한 중국축구의 도전은 벌써 끝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