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사정을 잘 아는 홍명보 감독도 단시간에 팀을 바꾸진 못했다. 여전히 축구대표팀은 곳곳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삐걱거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열린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3-1로 이겼다.
점수 차도 졸전을 가리진 못했다.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53계단 아래 있는 오만(76위)을 상대로 쉴 새 없이 흔들렸다. 킥오프 10분 만에 터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득점 이후 주도권을 내줬고, 세간의 우려를 산 수비 라인은 세차게 흔들렸다. 결국 전반 종료 직전 정승현(알 와슬)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진땀 승부를 펼쳐야 했다.
전반적으로 조직력을 갖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라는 걸출한 센터백을 보유했지만, 나머지 자리에는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팔레스타인과 1차전을 포함한 2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의 고민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홍명보 감독은 오만전 김민재 파트너로 김영권(울산 HD) 대신 정승현을 택했다. 하지만 정승현 역시 상대 선수들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등 경기 내내 애먹었다. 분명 상대의 수준이 더 높았다면, 참혹한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만큼 수비진의 파트너십은 허술했다.
그간 한국축구의 약점으로 지적된 풀백 문제도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날 왼쪽에 이명재(울산) 오른쪽에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를 세웠다. 오른발잡이 설영우를 오른쪽에 두고, 팔레스타인전에 나서지 않은 이명재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명재는 이따금 날카로운 크로스로 공격 기회를 만들었지만, 두 풀백 모두 상대와 1대1 싸움에서는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설영우는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범해 실점의 빌미가 된 프리킥을 내줬다.
이번에 처음 발탁된 황문기(강원FC)는 2경기에 모두 나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내달 대표팀 승선 가능성도 키웠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아직 믿고 맡길 풀백을 찾지 못한 모양새다.
최전방도 고민이 깊을 만하다. 주민규(울산)가 오만전 막판에 투입돼 손흥민(토트넘)의 패스를 받아 득점했지만, 오만 선수들이 공격에 힘을 잔뜩 준 상황이라 비교적 수비가 느슨한 상태였다. 주민규와 오세훈(마치다) 모두 지난 2경기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선보이진 못했다.
기존에 공격을 이끌던 손흥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홍명보호에서도 에이스 노릇을 했다. 확실히 득점을 책임질 스트라이커 혹은 손흥민, 이강인과 호흡이 좋을 만한 공격수를 찾는 게 홍명보 감독의 과제로 여겨진다.
국내 선수 파악에 능할 것 같았던 홍명보 감독도 이번 2경기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선수 선발을 떠나 전술적으로도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 터라 홍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