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중국축구협회(CFA)로부터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32·수원FC)가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 자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 공안과 판사의 협박과 회유에 불가피하게 금품수수 혐의만 인정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손준호는 11일 수원시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터놓고 응어리를 밝힐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오히려 홀가분하다”며 지난해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된 이후 상황들과 지금까지 입을 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공개하고, 전날 CFA가 징계 사유로 지목한 승부조작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손준호는 “체포 직후 공안은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하며 인정하지 않을 경우 아내도 체포돼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거나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겁을 줬다.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후 가족들이 고용한 중국 변호사와 접견을 이후 진술을 번복하자, 공안은 터무니없는 증거들을 가지고 와 다시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도 높게 조사했다”고 했다.
이어 손준호는 “재판이 있기 전 판사가 불러 고위 간부로 보이는 사람과 만났다. 판사는 20만 위안(약 3800만원)이라는 금액을 김경도에게 받았다고 인정하면 석방시켜 주겠다고 했다. 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거래를 제시한 것”이라며 “승부조작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자 판사는 승부조작이 아니라 금품수수라고 했다. 심신이 너무 지쳐서 결국 금품수수 혐의를 인정했다. 대신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된다, 발설 시 큰 문제를 삼게 될 거라고 해 지금까지 입을 닫고 있었다”고 했다.
손준호는 “그들이 당당하다면, 조사 과정의 음성 파일을 공개해 어떤 식으로 조사를 했고, 어떻게 자백을 받아냈는지 과정을 들려 드리면 된다. 결백을 떳떳하게 밝히고 싶다. 그들에게 증거라는 건 초기에 있었던 압박 수사를 통한 저의 거짓 자백뿐”이라며 “범죄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승부조작은 가담한 적도, (조사 과정에서) 가담했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CFA는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승부를 조작하고 불법적인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 관련 모든 활동을 평생 금지한다’는 징계 결정문을 공개했다. CFA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하면, FIFA 회원국에서도 선수로서 뛸 수 없는데, 손준호 측은 “FIFA가 CFA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본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FIFA가 CFA의 징계를 인정하면 변호사 선임 후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