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타수 1안타' 규정타석 타율 최하위 한유섬과 ABS

올 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고 있는 한유섬. IS 포토

베테랑 한유섬(35·SSG 랜더스)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한유섬의 2024시즌은 난항의 연속이다. 개막 5연전을 19타수 2안타(0.105)로 시작한 그는 들쭉날쭉한 타격감 때문에 진땀 뺐다. 8월까지 타율이 0.237로 규정타석을 채운 57명의 타자 중 56위. 9월 첫 6경기 타율이 0.038(26타수 1안타)에 머물면서 시즌 타율이 11일 기준으로 리그 최하위(0.225)까지 떨어졌다.

한유섬의 통산 홈런은 195개에 이른다. 2018년에는 개인 한 시즌 최다인 41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파워가 강점인 선수지만 '멘도사 라인(규정타석 채우고 타율이 0.200 언저리에 있는 타자)'에 머물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유형은 아니었다. 2012년 데뷔 후 지난 시즌까지 통산 타율이 0.272로 올 시즌 기록과 차이가 크다.

시즌 초반부터 한유섬의 타격 부진 이유로 거론된 건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다. 구단 관계자는 "유섬이는 타격할 때 몸을 낮추는 스타일인데 높낮이 차이가 큰 ABS와 잘 맞지 않는 거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ABS는 타자 키에 따라 각각 다른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된다. 스트라이크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선수 신장의 27.64% 위치가 기준이다.

다만 타격 자세에 따른 보정이 없어 선수들의 혼란이 작지 않다. 키가 같더라도 타격 자세가 낮으면 스트라이크존 상단이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한유섬도 비슷한 경우. 타석마다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한다. 파워(홈런 22개)는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타율이 급락하니 생산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시즌 한유섬은 RC/27(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이 4.82에 불과하다. 2021년 이후 매년 소폭 하락했는데, 올 시즌 기록은 주전으로 도약한 2017년 이후 개인 최저에 해당한다. 개막전 4번 타자로 낙점한 한유섬이 부진하면서 SSG의 화력도 반감했다. 최정과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분투하더라도 대량 득점이 쉽지 않은 이유다.

SSG를 대표하는 슬러거지만 올해 타율이 심각한 한유섬. IS 포토

한유섬의 반등은 팀의 가을야구 여부를 결정할 전제조건 중 하나이다. 그를 대체할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지난 10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한유섬은 "아직 순위 경쟁이 한창이다.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숭용 감독은 "베테랑으로서 지금까지 해온 부분이 있으니 믿고 계속 기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위압감을 가지고 있는 타자가 아직 우리 팀에 많지 않다"라며 신뢰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