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KBO리그 홈 경기에서 9-5로 승리했다.
박해민의 발이 번뜩였다. 4-0으로 앞선 2회 말 선두 타자 안타로 출루한 박해민은 후속 홍창기의 2루타 때 여유 있게 득점했다.
3회에는 2사에서 날린 안타성 타구를 두산 우익수 조수행이 다이빙 캐치를 하려다 뒤로 빠트렸다. 박해민은 2루와 3루를 돌고선 홈까지 멈춤 없이 질주했다. 아슬아슬한 승부에서 박해민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태그보다 빨랐다. '뛰는 야구'를 강조해 온 염경엽 LG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6-0으로 앞서다 6-4로 쫓긴 LG는 3회 말 2사 후 나온 박해민의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장내 홈런, KBO리그 통산 99호) 덕에 두산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해민은 "이런 기회(장내 홈런)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싶어 2루를 돌며 홈까지 노렸다. 어제(21일) 더블헤더를 치른 터라 뛰기 힘들었다"라며 웃었다.
육성 선수 출신의 박해민은 프로 데뷔 후 올 시즌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 시즌을 LG의 1번 타자로 출발했다. 그러나 타격 부진으로 타순이 점점 내려갔다. 7월과 8월 타율이 각각 0.217, 0.213까지 떨어졌다. 수비와 주루도 예전 같지 않아 선발 명단에서 종종 제외되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박해민의 타격폼 수정을 지적했다. 그는 "프로 선수가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비난받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받아들였다.
박해민은 9월 타율 0.356(45타수 16안타)을 기록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 박해민은 "타격 스탠스를 조금 넓힌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래도 다리를 벌리니까 타격 중심이 낮아졌다"라고 설명했다.
끝모를 부진 속에 스스로 변화를 택했다. 박해민은 올해 뜬공(98개) 대비 땅볼(159개) 비율이 0.62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낮다. 자신의 타격 유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박해민은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내가 홈런 타자도 아니고,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날려야 하는데 뜬공이나 삼진이 많이 나와 답답했다"라며 "타격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이대로 가다가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도전을 시도했다. 결국 잘해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 9월에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반겼다.
LG는 2018년부터 6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을 확정했다. 다만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1~2위는 KIA 타이거즈-삼성 라이온즈로 정해졌다. 3위가 유력한 LG는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
3년 연속 전 경기 출전에 도전 중인 박해민은 "타격은 안 되는데 수비까지 놓아버리면 안 된다. 수비와 주루쪽에 장점이 있으니까 매 상황 집중하려 했다"라며 "지난해를 제외하고 계속 도전자의 입장으로 포스트시즌을 맞았다. 최근 경기력을 유지하면 가을 야구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