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을 다스려야 한다. 롯데 자이언츠 주전 외야수로 도약한 황성빈(27)에게 주어진 차기 시즌 숙제다.
롯데는 지난 2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1-5로 패하며 포스트시즌(PS) 진출이 무산됐다. 4월까지 최하위, 5월 9위에 그쳤던 롯데는 6월 10개 구단 승률 1위를 기록하며 반등했고, 8월에도 2위를 마크하며 PS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세를 보여준 건 큰 위안이다. 하지만 순위 경쟁이 절정에 오른 시점에 수비·주루 등 기본기가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나오기도 했다.
지난 19일 부산 LG 트윈스전이 대표적이다. 2-4로 지고 있던 롯데는 6회 말 윤동희가 투런포를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득점 뒤 바로 이어진 7회 초 수비에서 다시 2점을 내줬고, 결국 만회하지 못하고 4-7로 지며 연패에 빠졌다.
7회 실점 상황에서 좌익수로 나선 황성빈이 과욕을 부렸다. 1사 1루에서 LG 타자 김현수가 왼쪽으로 빗맞은 타구를 만들었는데, 황성빈이 무리하게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가 공을 뒤로 빠뜨렸다. LG 주자 홍창기는 멈추지 않고 3루를 돌아 득점을 했다. 타자주자는 2루를 밟았고, 롯데는 투수 송재영이 오스틴 딘에게 적시타까지 맞고 무너졌다. 3연승 뒤 2연패를 당한 롯데는 5위와의 승차가 4.5경기까지 벌어졌다.
황성빈은 타석과 누상에서 근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다. 롯데가 정규시즌 초반 최하위(10위)까지 떨어졌을 때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뒤 수 차례 재치 있는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들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롯데의 반등을 이끈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였다. 황성빈은 롯데팬으로부터 '마성의 황성빈(마·황)'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황성빈이 한창 주가를 올릴 때도 김태형 롯데 감독은 종종 그의 플레이를 나무랐다. 누상에서 뜬공 타구가 나왔을 때 리터치 동작을 하지 않은 점, 수비를 할 때 커트맨에게 던져야 할 상황에서 바로 베이스에 송구한 점 등 실전에서 거듭 기본기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아직은 상황에 적합한 플레이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게 아쉽다"라고 했다. 실제로 김태형 감독은 경기 중 황성빈을 불러 조언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은 19일 LG전 플레이를 두고 "주자가 2루에 있거나, 타구가 좌중간으로 뻗었다면 그런 플레이(다이빙캐치)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황성빈은 이 경기 5회 말엔 무리한 주루로 아웃되기도 했다.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해냈지만, 후속 타자 고승민의 오른쪽 뜬공이 나왔을 때 3루 진루를 시도하다가 야수 송구에 잡혔다. 어깨가 좋은 홍창기가 우익수로 나선 걸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실책이나 실책성 플레이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즌 막판이다. 전반기 팀 기세를 끌어올렸던 황성빈 특유의 근성 있는 플레이가 후반기엔 독이 됐다. 황성빈은 롯데 선수로는 2010년 김주찬(현 롯데 타격 코치) 이후 14년 만에 50도루를 달성할 만큼 강점이 확실한 선수다. 매력적인 개성도 갖췄다.
하지만 올 시즌 처음으로 '주전급' 선수로 순위 경쟁을 치르고 있다 보니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을 비롯해 젊은 선수들의 미숙한 상황 파악 능력에 아쉬움을 전하면서도 "물론 지금도 잘하고 있다. 경험을 쌓으면서 요령도 알고, 흐름도 알게 되는 거다"라고 독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