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대수비나 대주자가 아니다. 데뷔 후 첫 타이틀을 차지한 조수행(30·두산 베어스)이 당당하게 선발 우익수로 가을 야구에 나선다.
두산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KT 위즈와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 와일드카드(WC) 결정 1차전을 치른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두산(74승58패2무, 승률 0.521)은 WC 결정전에서 한 경기만 이기거나 비기기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준PO)에 진출한다.
중요한 단판 승부가 될 두산의 외야진은 중견수 정수빈, 좌익수 제러드 영 그리고 우익수 조수행으로 꾸려진다. 익숙한 배치다. 2일 경기에서 9번 타자로 나서는 조수행은 올 시즌 주로 9번 타자 우익수로 출전하며 상위 타선으로 나아가는 연결고리가 됐다.
지난해까지 주로 대주자, 대수비에 머물렀던 조수행은 올해 주전 기회를 잡았다. 130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265 87안타 64도루 60득점을 남겼다. 빼어난 성적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대학 시절부터 명성을 떨치던 빠른 발이 리그를 뒤흔들기엔 충분할 정도로 출루에 성공했다. 그 결과 데뷔 후 처음으로 도루 1위라는 타이틀 수상도 이뤘다.
하지만 타이틀보단 팀의 포스트시즌 선전이 우선이다. 2일 WC 결정 1차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조수행은 "아직 시상식을 가본 적이 없어 실감이 잘 안 난다. 가을야구는 이제 시작했으니 거기에만 집중하겠다. 도루왕 타이틀은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두산의 최전성기 때 입단한 조수행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다. 다만 주축 선수로 활약한 적은 없다. 총 25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겨우 13타석만 소화하면서 타율 0.182(11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대부분이 빠른 발을 살리는 대주자, 대수비 역할이었다.
조수행은 "경험은 있지만, 선발로 나가 본 기억이 많진 않아도 없진 않다. 그래서 예전처럼 떨리는 건 없다"고 전했다.
조수행은 발로 승부처에 힘을 보태려 한다. 그는 "항상 상대 분석은 하고, 어떤 투수가 됐든 출루한다면 적극적으로 뛰려고 한다. 상황에 맞게 뛰어야 하니 그 부분에 중점을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그의 상대가 될 KT 선발 배터리는 윌리엄 쿠에바스와 포수 장성우. 조수행은 "쉽다고야 말할 수 없겠지만, 난 누가 상대든 누상에서는 항상 자신 있다"고 말했다.
뛰는 건 문제 없다. 중요한 건 출루다. 조수행은 "일단 어떻게 출루를 많이 할 수 있는지다. 그에 따라 주자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정수빈과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해 39도루로 도루왕을 차지한 정수빈은 올해도 52도루를 기록, 조수행의 뒤에서 함께 상대 배터리를 흔들었다. KBO리그 역대 최초의 50도루 듀오도 이뤘다.
조수행은 "상대가 어려워하는 게 얼핏 느껴진다. '같이 나가면 정신 없겠다' 생각했다"며 "1루와 3루에서 같이 있으면 그것도 효과적이다. 수빈이 형이 뛰면 나를 의식하게 된다. 그런 재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만큼 내 출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떠올렸다.
준족인 만큼 우익수로서 수비도 승부를 좌우할 거로 보인다. 조수행은 "수비 하나에 점수가 날 수도 있다. 그걸 최대한 안 만들도록 수비에 더 집중하겠다"며 "수빈이 형이 중심에 있기에 외야가 잘 잡혀있다. 그렇기에 우리 수비가 더 탄탄하다"는 믿음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