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레이예스(30·롯데 자이언츠)가 KBO리그 단일시즌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팀워크다. 비록 개인 기록이지만, 한마음으로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롯데는 2024 정규시즌 139번째 경기였던 9월 24일 KT 위즈전에서 패하며 '트래직 넘버'가 소멸됐다. 포스트시즌(PS) 진출이 무산됐다는 의미다.
새 감독·단장 체제에서 야수진 젊은 선수들이 급성장하며 세대교체를 이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해 그 순위가 '비밀번호'라고 조롱 받던 암흑기(2001~2007년)에 이어 또 7년 연속 PS 진출이 무산됐다.
그런 롯데가 남은 5경기 부여한 의미는 딱 한 가지였다. 레이예스가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 안타를 경신하는 것. 지난 시즌도 타이틀 홀더를 배출하지 못해 빈손으로 KBO 시상식을 치러야 했다.
이때까지 레이예스는 194안타를 기록했다. 신기록까지는 8개 더 쳐야 했다.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술적인 예상치를 내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숫자였다. 하지만 순탄하지 않았다. 25일 KIA 타이거즈, 2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2안타씩 추가한 레이예스는 27일 NC전, 28일 KIA전에선 1안타만 치며 200개를 마크, 최종전을 앞두고 반드시 멀티히트를 기록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신기록 달성 욕심을 감추지 않았던 레이예스도 심적으로 흔들린 모양새였다.
그렇게 맞이한 최종전. 레이예스는 1번·지명 타자로 나섰지만 NC 선발 투수 이재학을 상대로 1·3회 모두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롯데 타자들이 힘을 냈다. 5회 선두 타자 정훈이 2루타, 후속 박승욱이 적시타를 치며 레이예스가 5회 세 번째 타석에 나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삼자범퇴로 물러났다면, 6회는 다른 투수를 상대할 가능성이 높았다. 레이예스는 이재학과 세 번째 승부였던 5회, 그의 초구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공략해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를 치며 시즌 201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2014년 서건창이 세웠던 종전 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
레이예스는 7회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원정 경기였기에 공격 기회가 2번 남아있긴 했지만, 최소 세 타자가 살아나가야 레이예스에게 타석이 돌아올 수 있었다.
여기서 롯데 타자들이 다시 집중력을 발휘했다. 8회 2사 뒤엔 '주장' 전준우가 투수 김시훈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내며 최소 출루자 요건을 3명에서 2명을 줄였다. 9회는 첫 타자 정훈이 포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박승욱이 투수 김재열과 무려 8구 승부를 펼친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고, 이어 나선 고승민이 자신의 시즌 14호 홈런을 이 상황에서 때려내며 기어코 레이예스에게 이 경기 5번째 타석을 열어줬다.
만약 홈런이 아니었다면, 안타·볼넷으로 출루하더라도 병살타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을 우려해야 했다.
롯데는 후속 타자 나승엽까지 2루타를 치며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를 뒀다. 그렇게 레이예스에게 다시 타점 기회까지 왔다. 초구 포크볼을 지켜본 그는 같은 구종 가운데 실투를 밀어 쳐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적시타로 202번째 안타를 마크했다. 이 순간 더그아웃에 있던 롯데 선수 모두 포효하며 기뻐했다.
레이예스는 202안타 달성에 대해 "(최다 안타) 기록을 위해 모든 팀원들이 한 타석이라도 더 만들어 주려고 하는 모습들이 기억난다. 너무나 감사하다. 이 기록은 모든 팀원이 배려에서 나온 것 같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라고 동료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