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미드필더 부주장 이재성(32·마인츠)의 머리가 빛났다. 8개월 전 골대를 강타하며 아쉬움을 삼켰던 그가, 이번에는 정확한 헤더로 적지를 침묵시켰다. 한국이 요르단과의 설욕전에서 앞선 채 전반전을 마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부터 요르단 암만의 암만국제경기장에서 요르단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전반 38분 이재성의 선제골에 힘입어 전반을 1-0으로 앞선 채 마쳤다.
경기 전까지 한국과 요르단은 나란히 조별리그서 1승 1무를 기록했다. 득점에서 앞선 요르단이 1위다. 이재성의 선제골로 인해 한국이 1위로 올라선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선 ‘설욕전’이다. 한국은 8개월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고개를 떨군 기억이 있다. 상대의 날카로운 역습에 흔들렸고, 유효슈팅 0개에 그치는 등 자존심을 구겼다. 요르단전 패배 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경질됐고, 새 사령탑을 찾는 데 긴 시간을 쏟는 등 혼란의 시간을 겪었다.
8개월 만의 만남에서도 요르단은 강했다. 경기 초반 강한 압박으로 한국의 진영을 흔들었다. 수비에선 거친 태클로 연이어 한국 선수들을 무너뜨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두 번의 거친 태클을 당한 황희찬은 전반 20분 만에 쓰러졌다. 결국 엄지성과 교체돼 일찌감치 임무를 마쳤다.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 분위기를 바꾼 건 부주장 이재성이었다. 전반 38분 이명재의 크로스가 뒤로 흘렀는데, 설영우가 공을 살려낸 뒤 수비를 속이고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이재성이 기습적인 헤더로 연결해 요르단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재성의 A매치 12호 골. 그는 8개월 전 요르단과 만남에서 헤더를 시도했다가 오른쪽 골대를 강타했는데, 그때의 아쉬움을 이날 털어냈다.
한국은 이후 템포를 되찾으며 볼 점유 시간을 늘렸다. 이강인, 엄지성이 양 측면에서 멋진 드리블로 존재감을 뽐냈다. 상대의 위협적인 역습도 나왔지만, 골키퍼 조현우가 일찌감치 전진해 공을 끊어냈다.
추가시간은 8분이었지만, 한국은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추가시간 6분에는 엄지성이 위협적인 뒷공간 침투로 파울을 유도하려 했지만, 주심의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6개 팀씩 3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는 3차 예선은 상위 2개 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3위와 4위는 4차 예선으로 향하고, 5위 이하는 탈락한다. 한국 입장에선 이날 승리로 조 1위를 탈환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