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 개막을 앞둔 프로농구의 화두는 이른바 ‘하드콜’이다. 지금까지 가벼운 신체 접촉만으로도 파울이 선언됐다면, 이번 시즌부터는 몸싸움에 관대한 판정을 내리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 흐름과 맞는 방향이기도 하다.
이는 유재학 한국농구연맹(KBL) 신임 경기본부장이 지난 7월 취임 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유 본부장은 “(국내와 국제대회의 기준이 다른 만큼) 선수들이 당황하고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다. KBL도 이제 하드콜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후 유 본부장과 KBL은 비시즌 각 구단을 직접 돌고, 또 규정 설명회를 통해 달라질 판정 기준을 안내했다.
판정 기준이 급변한 만큼 구단들도 적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일 개막해 13일 막 내린 2024 KBL 컵대회는 각 팀들이 달라진 판정 기준을 직접 코트 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됐다. 현장에서는 달라진 판정 기준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려고 집중하는 모습이다.
조동현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몸싸움을 즐겨라’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 감독은 “팀에 착한 선수들이 많다. 자꾸 부딪쳐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계속 이야기해 주고 있다”며 “농구는 몸싸움을 허용하는 스포츠이니 이를 하라고 했다”고 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문정현(수원 KT)은 “그동안 타이트하게 못 하는 느낌, 파울이 될 상황이면 그냥 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공평하게 콜을 받는 거 같다”며 “대표팀 경기를 하면 더 격한 몸싸움이 많았다. 바뀌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이 더 재미있을 거 같다. 밖에서 보실 때도 그럴 거다. 빨리 콜에 적응해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규(원주 DB)는 “수비든 공격이든 ‘파울을 불어주겠지’ 생각하지 말고, 불리든 안 불리든 끝까지 하자며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판정 기준이 급변한 만큼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다. 앞서 KT 허훈은 “농구인가, UFC(종합격투기)인가 싶다”며 기준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만 이미 설명회까지 모두 마친 데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둔 시점에 기준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결국 얼마나 빨리 변화의 바람에 적응하느냐가 새 시즌 프로농구 각 팀들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