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마라톤에서 절대 깨지지 않을 거로 보였던 2시간 10분의 벽이 마침내 깨졌다. 주인공은 루스 체픈게티(케냐·30)다.
체픈게티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4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09분56초 기록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중요한 건 우승이 아니다. 여자 마라톤 신기록을 차원이 다르게 세웠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는 지난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티지스트 아세파(26·에티오피아)가 세운 종전 2시간11분53초의 세계 기록을 2분 가까이 당긴 기록이다.
체픈게티는 특히 그동안 여자 마라톤에서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마의 '2시간 10분' 벽을 세계 최초로 돌파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체픈게티는 지난 201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 챔피언이다. 유독 시카고 대회에선 강세를 보여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21년 시카고 마라톤에서 첫 우승을 거둔 그는 지난 2022년에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랐다. 2년 뒤인 올해 다시 챔피언이 되면서 최근 4년 중 챔피언 3회에 오르며 강세를 증명했다.
이번 대회 출발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렸던 체픈게티는 첫 5㎞를 15분 만에 주파하며 일찌감치 신기록을 예고했고 결국 가볍게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이날 중계를 맡았던 TV 해설자들이 그녀의 질주를 달 착륙에 비유하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체픈게티는 우승 후 "내 꿈이 이뤄졌다. 세계 기록은 항상 내 마음속에 있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가 지난해 역시 시카고에서 남자 세계 신기록(2시간00분35초)을 세웠으나 4개월 뒤 교통사고로 숨진 동료 켈빈 키프텀에게 이번 세계 기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