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후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은 숙소가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 경기 후 구토 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는 "구자욱이 곧바로 병원(구단 지정병원)으로 이동해 수액을 맞았다"라고 전했다.
13일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이날, 구자욱은 선발로 나와 9이닝을 모두 소화했다. 경기 전 그리고 경기 중 홈런을 치고도 표정이 좋지 않았던 건 결연한 의지로 해석됐을 뿐 몸이 좋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날 구자욱은 4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 만점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1회 첫 타석에서 내야 안타로 출루한 구자욱은 3회 무사 1, 3루 찬스에서 맞은 두 번째 타석에서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구자욱은 상대 선발 최원태의 밋밋한 슬라이더를 받아쳐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3점포를 쏘아 올렸다.
5회 볼넷을 걸러나간 구자욱은 후속타자 르윈 디아즈에게 기회를 연결, 디아즈의 2점 홈런을 견인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구자욱은 8회에도 안타로 출루한 뒤 폭투로 홈을 밟으며 세 번째 득점도 올렸다. 구자욱의 만점 활약 덕분에 삼성은 10-4로 1차전을 승리, 한국시리즈(KS) 진출 75.8%의 확률을 잡았다.
당연히 플레이오프 1차전 최우수선수(MVP)는 구자욱의 몫이었다. 하지만 구자욱은 MVP 기자회견에도 사진 촬영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구토 증세로 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경기 내내 증세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자욱은 이를 참고 끝까지 뛰었다. 3년 만에 팀이 치르는 가을야구 첫 경기, 기선 제압이 중요한 첫 경기에서 꾹 참고 뛰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경기 후 "경기 중에 표정이 좋지 않더라. 경기 후에 몸 상태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데, 이를 감추고 뛴 거 같다"며 "그런데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몸이 아픈데도 잘 뛰더라. 역시 팀의 주장이구나 싶었다"라며 그를 칭찬했다.
구자욱은 풀타임 주장이 올해가 처음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선수단에서 코치진 및 고참 선수들과의 가교 역할은 물론,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해내며 팀이 정규시즌 2위까지 오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아울러 그는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자신이 열심히 잘해야 어린 선수들이 따라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이번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고스란히 실천하며 투혼을 발휘, 팀원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