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예비 자유계약선수(FA) 사이드암스로 엄상백(28·KT 위즈)과 오른손 투수 최원태(27·LG 트윈스)가 가을야구 부진에 울상이다.
엄상백과 최원태는 올 시즌 뒤 개장할 2025 KBO리그 FA 시장의 대어급으로 분류된다. 그도 그럴 것이 수요와 공급이 계약 규모를 결정하는 FA 시장에서 20대 선발 투수는 매년 희귀 매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최근엔 구단마다 토종 선발 자원을 비FA 다년계약으로 묶어 시장에 풀리는 자원이 더욱 줄었다.
하지만 두 선수를 향한 평가가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다. 엄상백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4.88로 높다.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운 20명의 선발 투수 중 19위. 커리어 통틀어 규정이닝을 넘긴 게 올해뿐이다. 시즌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기록한 퀄리티 스타트가 9회(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공동 27위에 머문다.
최원태는 흐름이 좋지 않다. 2020년 이후 규정이닝 소화가 2023년 한 번 뿐이다. 올 시즌엔 잔부상까지 겹쳐 130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2019년 이후 시즌 두 자릿수 승리가 없는 상황. 무엇보다 가을야구에 유독 약하다는 꼬리표가 달리기도 했다. 우승에 도전하는 팀으로선 무시하기 어려운 약점인 셈이다.
엄상백과 최원태에게 이번 포스트시즌(PS)은 FA 시장이 개장하기 전 물음표를 떼어낼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결과적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엄상백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2경기에 등판, 2패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맞선 5차전 선발 중책을 맡았으나, 2이닝 4피안타 3실점 부진했다. 2차전 4이닝 6피안타 4실점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조기 강판으로 고개 숙였다. KT는 엄상백의 2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준PO에서 탈락했다.
최원태의 상황도 비슷하다. 최원태는 KT와의 준PO 3차전에서 2와 3분의 2이닝 5피안타 3실점했다. 13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3이닝 5실점하며 2경기 연속 일찌감치 교체됐다. 이로써 최원태의 개인 통산 PS 성적은 17경기 평균자책점 11.16(25이닝 31자책점)까지 악화했다.
본지와 연락이 닿은 한 공인대리인은 "가을야구 성적이 몸값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만 지난 시즌 김재윤(현 삼성)이 한국시리즈(KS)에서 크게 부진했지만, 기대 이상의 계약을 따내지 않았나"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재윤은 지난해 열린 KS 3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15.00(3이닝 5실점)으로 흔들렸다. FA 시장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삼성과 4년 최대 58억원에 계약했다.
그만큼 FA 시장의 분위기는 예측 불허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이번 PS 부진이 영향을 줄 거라고 본다. 두 선수의 미래 가치를 높게 보진 않는다"라며 "다만 경쟁 구도가 중요하다. 무조건 FA는 경쟁이 붙으면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