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KS·7전 4승제)를 준비 중인 KIA 타이거즈가 '거인'의 통 큰 결정 덕분에 한시름 놓았다.
KIA는 지난 1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S 대비 두 번째 연습 경기를 소화했다. 그런데 상대가 눈에 띄었다. 며칠 전까지 순위 경쟁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스파링 상대였기 때문이다. 7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롯데는 지난 1일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짧은 휴식을 끝낸 뒤 지난 10일 마무리 캠프를 시작했는데 짬을 내 광주를 방문, KIA의 KS 준비에 힘을 보탰다.
정규시즌 우승 팀은 KS 1차전까지 약 20일의 '공백'이 발생한다. 전력을 재정비할 단비 같은 시간이지만 한편으론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KIA도 이번 KS 훈련 일정을 짜는데 고심이 깊었다. 7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심재학 KIA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일본을 나가려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찮다"라고 말했다.
국내 스파링 상대가 마땅치 않으면 일본으로 출국, 현지 프로팀과 실전을 소화한 뒤 돌아오는 방법이 있지만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심 단장은 "일본을 나간다고 해도 (경기를 뛸 만한 팀들은) 지금 다 교육리그로 빠져서 스파링 상대가 없다"며 "연습경기를 어떻게 하고 스케줄을 잡아야 할지 회의해야 할 거 같다"라고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국내 잔류를 선택한 KIA는 세 번의 연습경기를 구상했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자체 청백전을 최소화하고 실전이 가능한 상대를 찾을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KIA의 고민을 덜어준 게 바로 롯데였다. 롯데가 제안을 수락해 준 덕분에 9일 국군체육부대(상무)-14일 롯데-18일 자체 청백전으로 이어지는 KS 대비 연습경기 스케줄을 확정할 수 있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1군 주축 자원인 외야수 황성빈과 윤동희, 내야수 손호영과 나승엽 등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했다. 시기상 정규시즌과 똑같은 라인업을 꾸릴 순 없었지만, 스파링 상대로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2022년 정규시즌 우승 팀 SSG 랜더스는 KS 대비 연습경기로 두산 베어스의 도움을 받았다. 류선규 전 SSG 단장은 "자체 청백전은 실전 연습경기로서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 (연습경기 제안을 받아준 두산이) 정말 고마웠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KIA의 KS 준비는 순조롭다.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선 제임스 네일(31구) 양현종(51구) 장현식(20구) 전상현(21구) 정해영(15구)이 예정된 투구 수를 소화했다. 3번 타자로 출전한 김도영은 상무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홈런으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15일과 1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잔디 보식 작업으로 함평 챌린저스필드에서 훈련하는 KIA 선수단은 18일 자체 청백전, 19일 훈련으로 KS 준비를 마친다. 시리즈 1차전은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가 맞붙는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승자와 오는 21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