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 승선한 LG 트윈스 입단 2년 차 김범석(20)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1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LG-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2차전이 우천 순연됐다. LG는 우천 순연 발표 전에 이날 라인업 9번 타순에 김범석의 이름을 올렸다.
염경엽 LG 감독은 "문성주가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김범석을 넣었다"라고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PS)에서 9번 타자로 나선 문성주는 타율 0.368으로 팀 내 1위, 출루율은 0.400으로 2위였다.
염 감독은 "15일에도 문성주의 상태를 봐야겠지만 안 되면 김범석이 나간다"라고 말했다.
김범석은 올 시즌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기대를 모은 미국 전지훈련 도중 가벼운 부상으로 중도 귀국했다. 염 감독은 강도 높게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김범석은 예상보다 빠른 4월 중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개막 후 4월까지 타율 0.361 2홈런 12타점으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이후 1군과 2군을 오르락내리락 한 김범석은 9월 2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염 감독은 "(김)범석이는 지난 시즌에 특혜를 받았다. 기회를 잡는 것도 본인 능력인데, 결국 본인이 못 잡은 것"이라고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 방침을 밝혔다. 김범석은 7월 이후 1군 28경기에서 타율 0.104로 부진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PO 엔트리에 김범석이 등록됐다. LG는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딱 한 명을 바꿨는데, 대주자 최원영을 빼고 김범석을 넣었다. 9월 말 2군에 내려간 뒤 5경기에서 12타수 5안타 7타점을 몰아친 덕분이다. 표본은 적지만 안타 5개 중 2루타 3개, 홈런 1개 등 장타 비중이 80%였다. 만루 홈런도 한 차례 기록했다.
염 감독은 "대타 자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KT와 달리) 삼성에 왼손 불펜 자원이 많은 점도 고려했다"라고 밝혔다. 삼성 불펜은 이상민, 이승민, 최채흥이 3명이나 있다.
김범석은 신인 시절이던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1타수 1안타를 기록한 바 있다. 올 시즌 라이온즈파크에서는 12타수 3안타를 쳤다.
김범석은 PO 1차전 9회초 무사 1루에서 대타로 출전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삼성 필승조 김태훈을 상대로 좌우로 파울 홈런을 날려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염경엽 감독은 "김범석이 정규 시즌보다 컨디션이 좋아진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